영화 <파리, 밤의 여행자들>, 상식과 감수성만 있다면!
Intro.
지난 주말에 영화 <파리, 밤의 여행자들 Les Passagers de la nuit>(2022)을 봤습니다.
긴 말 안 하겠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개울었습니다.
(긴 말 안 하겠다면서)
벌써 몇 년째 영화관만 가면 질질 짜고 나오네요.
주변이 어두워지면 눈물이 나는 남자. 새해 첫눈(물)을 벽두 인근에 흘리는 남자. 포스터 챙긴다고 에코백 들고 가는 남자. 포스터를 벽에 붙일지 액자에 가둘지 고민하는 남자.
(말하자면 하남자)
하필이면 여자 주인공 이름이 '탈룰라'여서,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한 번씩 몰입이 깨졌지만, 탈룰라 정신으로다가 민첩하게 수습하며 2시간을 버텼습니다.
※ 죄송해요. 스포일러 그 자체입니다.
1981년 5월 10일, 프랑스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거리는 축제 분위기로 휩싸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개인적인 삶은 불안으로 가득합니다. 유방암 투병을 마치고 회복 중인 그녀는 새 여자친구가 생긴 남편에게 버림받습니다. 그렇게 엘리자베스는 두 십 대 자녀와 함께 덩그러니 남겨지고, 무엇보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됩니다.
대학 졸업 후 비서 일을 잠깐 해본 것이 그녀의 유일한 사회생활 이력. 하지만 그녀는 세상을 똑바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상식’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감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그거면 충분하죠.
불면증에 잠 못 이루던 엘리자베스는 평소 즐겨 듣던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 편지를 보내고, 진행자 반다를 만납니다. 심리학 전공의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애청자로서의 특별함을 인정받은 엘리자베스는 결국 청취자들의 전화를 걸러주고 연결하는 업무를 맡게 됩니다. 월급은 적지만, 그녀에게 제격이죠.
어느 날, 라디오 쇼에 사연을 보낸 18세의 가출 소녀 탈룰라를 만나게 된 엘리자베스. 갈 곳 없이 떠도는 소녀에게 측은함을 느낀 그녀는 자신의 집 다락방에 탈룰라의 임시 거처를 마련해 줍니다. 가족처럼 스며드는 탈룰라는 가족의 일상에 균열과 활기를 동시에 남깁니다.
탈룰라는 시인을 꿈꾸는 엘리자베스의 아들 마티아스와 풋풋한 사랑을 나누고, 돌연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고, 또 사라집니다. 그리고 영화는 7년의 시간을 조용히 통과합니다.
엘리자베스에겐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아이들은 금세 성장하고, 집은 비워집니다.
영화의 초반부, 아버지가 딸 ‘엘리자베스’를 가여워하며 말합니다.
평생 일해본 적도 없는데 어쩌니?
무슨 소리세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품어주는 따뜻한 엄마의 마음, 한 치의 고민 없이 오갈 곳 없는 낯선 아이를 집에 들이는 엄마의 결단력이 어설픈 물경력보다 훨씬 값진 걸요.
하지만 그 딸에 그 아버지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이죠.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
혼자가 된 딸에게 품을 내어준 아버지.
그리고 잠들지 못하는 타인들의 고독한 사연을 조용히 품어주는 심야 라디오.
이 둘은 서로 닮아 있습니다.
함부로 가르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 '든든한 어깨'처럼 말이죠.
(눈치 없이) 새해에 할 소린 아니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 없습니다. 일도, 사람도, 사랑도 말이죠. 하지만 벌어질 일은 죽어라 말려도 벌어지고, 될 일은 어떻게든 되고, 안 될 일은 획기적인 방법을 총동원해서라도 안 되더라구요.
하지만 상식과 감수성을 잃지 않는다면, 운명적 고난에 힘들어하는 어린 친구들을 한 번쯤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의 소중한 꿈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살아볼 만한 게 인생 같습니다.
지나가버린 시절은 애틋하고, 사랑하는 이의 상실은 언제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틀림없이 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새로운 사랑은 빈틈없이 우리의 세계 속으로 들어옵니다.
조용하고 묵묵하게 또 살아가라는 선물처럼요.
Outro.
음...
좋았습니다.
잔잔하고 은은했어요.
여운이 꽤 남는 영화였습니다.
아는 척, 잘난 척, 있는 척하지 말고.
가지지 못한 것에 마음 쓰지 말고,
가진 것에 마음 두고 감사하며,
잘 살아보자 다짐했어요.
눈물은 좀 줄이고.
힘들겠지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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