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배우 우에토 아야를 스토킹하다.

나의 한심함은 영원하리.

by 스눕피

같은 장소를 다른 시간이나마 함께 공유했었다는 사실 하나로 일종의 위안을 받거나 감동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대학에 휴학계를 내고 군대에 짱-박혀있을 때, 일본 여배우 우에토 아야가 모교 캠퍼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사진 촬영을 했었다. 나는 해당 사실을 제대하고도 한참이 지난 대학 졸업 직전에야 알게 되었는데, 사람이란 참 간사해서 그렇게 지겹고 벗어나고만 싶던 학교의 모든 것들이 그제야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건 조금 부끄러운 일인데, 나는 그녀가 중앙도서관에 들어와 찍은 사진 속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을 찾아 대출하고야 말았다. 대출 기간 동안, 나는 몇 번이나 해당 책을 읽어보려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에 성공했다. 하필이면 책의 주제가 1930년대 한국 문학 그리고 근대성에 대한 고찰이라니.

이제와 새삼 돌아보니 나 같은 변태 찌질이가 또 어디 따로 있었을까 싶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겐 다른 방도가 없었다. 너무도 익숙하지만 그저 새롭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캠퍼스 발자취를 따라갈 수밖에. 변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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