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보이는 산딸나무 꽃은 사실은 꽃이 아니라 했다 꽃은 우리가 꽃이라 생각하는 하얀 잎 가운데 봉긋이 솟은 열매 모양. 이 즈음에 보는 산딸나무는 마치 하얀 종이를 접어 올린 듯 하얀 종이 새가 날아가다가 초록 잎이 너무나 싱그러워 살포시 내려앉은 것도 같다
바쁜 일상 뒤 잠시나마 여유로울 수 있는 금요일
나도 산딸나무 꽃처럼 저렇게 가벼얍게 나뭇잎 위에 살포시 앉아 시원한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산새 소리 바람소리 싱그런 나뭇잎 사각대는 소리 들으며 쉬고 싶다
이제 조금 있으면 새잎과 묵은 잎의 경계는 없어지겠지? 처음부터 그랬던냥 겨우내 푸르렀던 솔잎과도 같은 동격인 양 어깨 툭 툭 치는 버릇없는 새잎들은 아니겠지?
지난겨울 내내 푸르름을 잃지 않고 견뎌온 연륜을 무시하진 말아야지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며 나 또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애써야겠지 그래야지 그것이 옳은 것이지
창을 여니 코끝으로 스치는 바람이 시원하다 아스팔트 콘크리트 사이로 달리며 느꼈던 공기와는 다른 앞산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금요일 오후의 여유로움과 함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저 산 너머 어디선가 간간이 개 짖는 소리 들려오고
하나 둘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
희미하게 떠오르는 달빛이 선명해지면 어둠은 어느샌가 꽉 차오르고
집으로 향하는 발길들도 하나 둘 집안을 채우겠지
산딸나무 꽃처럼 싱그런 나뭇잎 위에서 쉬고 싶은 나의 짧은 금요일의 휴식도 이쯤에서 잠시 접어두고 돌아올 이를 위한 저녁 준비를 해야겠지
그러고 기약할 수는 없지만 또다시 잠시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