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2일 여행

여든다섯의 아버지 일흔이 넘으신 엄마 육십 줄 작은아버지 내외분과

by 돌안개 석연

별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기차를 타고

기차 안에서 오징어를 드시고

기차역에서 우동을 드시고

기차를 타고 사진을 찍고

그냥 그런 것을 해 보고 싶으신 것

우리가

그게 뭐라고 하는

그런 별것 아닌 듯 하지만

그냥 그런 것을 해 보시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출발하러 집에서 나서는 순간까지

마음의 갈등이 오갔다

대상포진으로

나흘간의 입원을 마치고 퇴원하는 남편이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언제 또 이런 시간이 있을까

함께 같이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진주역으로 향하게 했다


온몸이 뻑적지근해가는 느낌으로

한참을 자다가 깨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03:01

헐~

이렇게 아직도 3시간 30분을 더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것이 바로 그 우려했던 고생이라는 것

어찌 되었던

덜컹거리며 열차는 달리고 있다


그 유명한 정동진 일출

행운이랄까 다행스럽게도 일출은 볼 수 있었다

일출의 감동과 여운을 느끼고 있을 겨를도 없이


모래시계와 해시계를 보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다녀오고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조식

역시나 기대엔 못 미치는 식사를 마치고


우리나라의 제일 동쪽을 가리킨다는 동명 낙가사를 들러

배를 세 번씩 만지면 큰 복을 받는다는

포대화상의 배를 세 번씩 만지고

대관령 하늘목장

어제는 눈이 내렸다가 녹았고

정상에는 일 년에 네 번쯤 분다는 강풍이 불어대고

가만히 서 있으면 날아갈 것만 같아

지체할 수 없어

간신히 사진 몇 컷만 찍었을 뿐인데

얼굴이랑 손이 얼얼했다


언 얼굴이랑 손을 녹이는 따뜻한 차 한 잔


별스런 것을 바라고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여행의 그 기분을 즐겨 보고 싶으신 것


황태회관에 가서

황태찜이랑 구이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버스기사분의 배려로

평창 올림픽 준비에 한창인

올림픽 구장에 잠시 들러보고


여전히 잔 간섭과 잔 고집으로

작은 실랑이를 하시곤 하는 울 엄마 아버지

ㅎㅎ 휴~~~

한숨을 옆으로 뱉어 보기도 하고

그렇게 짧고도 긴 일정의 마무리 단계

정동진발 14:05 무궁화 열차를 타고 동대구로 향하는 중이다~~~~



지금은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16.7km

일반철도터널 중에서는 최장으로 긴 솔안터널을 지나며

두 분이

무궁화 열차처럼 두런두런 얘기 중이시다

ㅎㅎㅎ


언제나 내겐 할아버지 할머니로 보다

엄마 아버지로만 여겨지는 두 분의 작은 실랑이도 오래도록 이어지며 건강하시기를 바라고

이 여행을 준비하고 응원해준 울 형제자매들에게도 감사하며

오늘의 이 여행길에 감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