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피었네
저렇게 예쁜 연꽃도 어느 날 갑자기 피진 않았지
예쁘게 핀 연꽃이 지면
꽃잎 진 가운데 봉긋 연밥이 고깔을 거꾸로 세워둔 듯
연노랑 여린 모양으로 수줍게 고개 내밀더니
여름 강한 햇볕에 금방
연하지만 단단한 초록으로
그러다가 갈색으로 바뀌어 퇴색될 때쯤
연잎도 갈색으로 바뀌고
구겨진 종이처럼
바스러질 듯 마르고 쪼그라져
연밥도 연잎도
추운 겨울 삐죽 고개만 내놓은 채
허리엔 얼음을 둘러차고
그 긴 겨울을 넘기더니
다시 봄이 오고 해동이 되면
버티고 버티던 몸이 다 기진하여 허물어지듯
물아래로 녹아내리더니
참으로 장하다
다시 물 위로
연잎부터 밀어 올리고
어느새 꽃대도 밀어 올려
다시 꽃을 피우는구나
어찌 그 꽃 피어남이
어느 날 갑자기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던가
무릇 모든 피고 짐이
이러하겠지
어느 날 어느 한 순간에 있지 않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