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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안개 석연 Mar 25. 2016

연꽃이 피었네

연꽃이 피었네

저렇게 예쁜 연꽃도 어느 날 갑자기 피진 않았지

예쁘게 핀 연꽃이 지면

꽃잎 진 가운데 봉긋 연밥이 고깔을 거꾸로 세워둔 듯

연노랑 여린 모양으로 수줍게 고개 내밀더니

여름 강한 햇볕에 금방

연하지만 단단한 초록으로

그러다가 갈색으로 바뀌어 퇴색될 때쯤

연잎도 갈색으로 바뀌고

구겨진 종이처럼

바스러질 듯 마르고 쪼그라져

연밥도 연잎도

추운 겨울 삐죽 고개만 내놓은 채

허리엔 얼음을 둘러차고

그 긴 겨울을 넘기더니

다시 봄이 오고 해동이 되면

버티고 버티던 몸이 다 기진하여 허물어지듯

물아래로 녹아내리더니


참으로 장하다

다시 물 위로

연잎부터 밀어 올리고

어느새 꽃대도 밀어 올려

다시 꽃을 피우는구나

어찌 그 꽃 피어남이

어느 날 갑자기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던가

무릇 모든 피고 짐이

이러하겠지

어느 날 어느 한 순간에 있지 않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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