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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안개 석연 Apr 11. 2016

그래, 봄산아 좀 쉬었다 가렴

2011년 5월의 앞산 풍경과 감상

                                                                            

      오늘은 좀 여유로워 보이네
     오늘은 좀 쉬려는 듯해 보이네
     그래
     때로는 쉼이 필요하지
     너무 앞으로만 위로만 향하다가는
     쉬 지칠 수도 있지

     그렇구나
     내 눈의 즐거움에
     정작 네 생각은 깜빡했었네
     미처 헤아리지 못했네

     조금은 힘들었겠지
     뿜어내고 돋워내고 피워내느라

     모든 것을 다 드러내 놓고
     머리 밑까지 다 드러내 놓고
     조금은 가리고 싶지 않았을까
     속살까지 낱낱이 다 드러남에
     왜  민망함이 없었으랴
     그래서 마음이 조금은 조급하지 않았을까
     앞다퉈 돋워내고 피워내고 뿜어내느라
     혼신의 힘을 다 하지 않았을까

     이제 제법 푸름도 갖추고
     급한 꽃들도 피워내고
     훤하게 드러났던 머리 밑이며 속살도  좀 가려졌으니
     게다가 어제오늘 내린 비로
     땅마저 촉촉해졌으니
     이제 조금 천천히
     한 숨 돌리고 가자

     돋워낸 연초록은 그 사이 조금씩 짙어 갈 것이고
     그  틈틈이 아카시아꽃 피우고 밤꽃 피우고
     꿩이며 소쩍새 소리도 들어가며
     ㅃ ㅣ? ㄱ? ㅃ ㅉ ㅣ? ㅉ
     제 소리도 좀 들어 달라는
     이름도 모르는 저 새소리도 좀 들어보고
     개굴개굴 개 개굴 굴 ㄹㄹㄹㄹ
     물 잡은 논에서 저렇게 목청껏 노래하는 개구리 노래도 들어가며

     아직 덜 피워낸 꽃
     아직 덜 돋워낸 잎
     아직 덜 뿜어낸 봄기운
     천천히 짚어 보고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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