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어느새 훌쩍 시간을 건너뛴 듯
낙엽은 떨어져 나뒹굴고
뭘 했나 싶다
분명 바쁘고 고단한 날들이었건만
난 뭘 했나 싶다
시간의 수레에 얹혀 달려오면서
내가 내 발로 걸은 시간과 거리가 짧다 보니
벌써 여기인가
아니 벌써 가을 넘는 고개인가 싶다
한 발 한 발 따박따박 걸으며
아 걷고 있구나
여기저기 이것저것
보고 듣고 느끼며 걷지 못한 시간의 공백이
어느 날 훌쩍 건너뛴 시간 너머에
나를 휙 던져둔 것 같기만 하다
가을
스르르 감기는 눈처럼
스르르 가을 속으로 잠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