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직은 삼춘기

by 락임

문을 두드리며 말한다.

“엄마, 오늘은 나랑 같이 자면 안 돼?”

만 14세.

이미 한참 사춘기일 줄 알았던 아이가

아직은 삼춘기쯤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그 모습이 조금 귀엽고, 조금 낯설다.


처음엔 솔직히 귀찮았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집안일 하고,

겨우 내 시간 좀 가지려던 찰나였는데

갑작스럽게 들이밀린 요구.

게다가 쑥스러운 듯,

“그냥 오늘만…” 하고 덧붙이는 아이를 보면

차마 거절할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며

자리를 내주면,

아이 특유의 온기와 체온이 이불 사이로 스며든다.

숨결이 가깝고, 말이 많아진다.

별 것 아닌 얘기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와의 대화,

게임 이야기까지.


나는 가끔 대답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기도 한다.

눈꺼풀이 무거워지지만,

그 목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리고

내 마음 한켠은 고요히 따뜻해진다.


언젠가 이 아이도

문을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더 원하게 될 거다.

오늘 같은 부탁은 다시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은 귀찮아도 괜찮다.

조금 졸려도 괜찮다.


사춘기인가 싶다가도

엄마 옆에 눕고 싶어하는 아이.

이미 어른인 척할 때도 많지만

이런 순간엔 여전히 엄마 품이 그리운 아이.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지금의 아들이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참 고맙다.


이 밤,

잠든 아이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 순간을 기억하자.”

내가 아직 아이의 ‘이불 친구’일 수 있는 지금을.


언젠가 이마에 뽀뽀할 수 없는 시간이 올지라도,

오늘 밤은 괜찮다.

내일이면 또 자란 아이가

지금은, 내 옆에서 숨 고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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