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 이도 Nov 02. 2020

9/11 Kids, 2020

9/11 키즈 by Elizabeth St. Philip


    <9/11 키즈>는 교육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수준 높은 교육 다큐 영화들을 소개하는 제17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20) ‘내일의 교육(Color of Education)’ 섹션의 작품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귓속말 장면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화제성을 기대하며 올해 EIDF 상영작으로 선정된 <9/11 키즈>는 9/11 사태가 일어났던 역사적인 순간, 대통령 앞에 앉아있던 16명의 아이들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며 20대 중반의 성인이 된 그들의 9/11 테러 이후 미국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학교 교사였던 이민자 미혼모인 어머니로부터 교육의 중요성, 강인함과 열심히 일하는 법에 대해 가르침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세인트 필립(Elizabeth St. Philip) 감독이 캐나다 출신의 젊은 흑인 여성이라는 점은 이 영화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출연자들과 공통의 기억을 공유하는 밀레니얼 시대의 감독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당시의 사람이 아닌 밀레니얼 시대의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시각의 출현인 셈이다.

    플로리다의 한 학교에서 부시 대통령이 책을 읽은 자체만으로도 미국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일 정도로 플로리다라는 지역이 갖는 정치적인 의미는 현재까지도 연결된다. 영화에서 볼 수 있듯 철로를 기준으로 나뉘는 흑인과 백인의 경제적, 교육적인 격차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런 플로리다의 백인들은 보수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왔지만, 플로리다의 흑인들은 점차 심화되는 인종차별에 의해 공화당에 등을 돌리고 공화당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는 백인들 또한 공화당에 등을 돌리게 한다. 이처럼 상징적인 지역을 밀레니얼 시대의 시각으로 보았다는 점과 그 상징적인 지역 한가운데에 있는 플로리다 사람들의 처지와 정치적인 입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많은 정보와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작품이 이야기를 전개해 나아가면서 9/11의 이야기는 흐릿해진 채 개인의 실패담과 성공담으로 포커스가 옮겨지는데, 이를 통해 개인과 개인이 모순과 갈등들을 어떻게 연대의식을 통해 딛고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개인과 개인이 모여 사회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기에 개인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은 필연적인 부분이다. 한 인물 혹은 권력자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드러나지 않았던 다수의 인물들에 포커스를 맞추며 인물들을 살려낸 점 또한 이 작품의 큰 힘이라고 할 수 있다.
6명의 인물을 중심적으로 따라가던 중 보여준 16명의 학생이 선생님과 재회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비춰지는데, 그때 그 교실에 있던 학생들끼리의 연대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주변과 연대하는 모습이 이들의 살아가는 희망찬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획기적인 소재에 비해 북미권 다큐멘터리의 전형적인, 희망찬 결말이 한편으로 아쉽게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들은 이렇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으니 이들을 둘러싼 사회가 변화해야 할 차례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게 만든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잘하는 디지털 친화적인 밀레이얼 시대의 제작진의 특성은 트렌디한 음악뿐만 아니라 촬영 기법에서 또 한 번 드러난다. 짐벌로 개인을 따라가고, 드라이빙 샷과 달리 샷으로 새라소타의 길과 전경을 보여주는 카메라의 트래킹은, 길을 나아가는 듯 보여주어 관객들로 하여금 이 이야기에 더 깊숙이 들어가게하는 동시에, 주인공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 은유로 표현해 낸다.


    국가의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 개인적인 고난과 역경에 오버랩되면서 그들의  투쟁, 승리, 비극 그리고 그들을 형성한 것과 같은 공동체에 있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관심을 갖게 만든 점이 유익하다. 밀레니얼 세대, 제트 세대에게 기성세대와는 다른 인종과 문화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새로운 질서 혹은 가치 정립에 중요한 역할이 되기를 기대해보도록 만드는 작품이다. ’이리하나 저리하나 희망을 갖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라는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 글은 EIDF공식블로그에도 업로드되어 있습니다.

사진 출처: Blue Ant Internationa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