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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 이도 Nov 02. 2021

One Life, Seige The Day

<미스터 노바디>, 2008 리뷰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노화, 죽음이 없어진 세상은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된 지금의 현실과 무엇이 다를까. 2092년, 유전자 공학의 발전으로 노화가 없어진 세상에 유일하게 자연노화로 죽음을 앞둔 노인 ‘니모’. 니모의 마지막 순간은 많은 이들의 큰 관심은 없는 뉴스거리가 되지만 한 기자가 찾아와 니모의 지난 삶에 대해 인터뷰를 시작한다.

니모는 수많은 선택에 수많은 결과들로 본인에게 주어졌던 선택지들을 나열한다. 죽음 직전에 스쳐 지나간다고들 하듯 주마등과 같은 죽음 앞의 순간에서 이것은 후회였을까, 본인이 너무나도 열렬히 고뇌했던 선택지들에 대한 단순한 나열일까, 그 고뇌 끝에 본인도 구분이 되지않는 지경에 이른 혼돈일까. 영화는 퍼즐 같은 순서의 서사와 각 이야기들을 혼합해서 보여주지만 정리하면 크게 니모가 삶에서 선택하는 것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선택 부모의 이혼에 양친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두 번째, 안나, 앨리스, 진 세 여성 중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이 선택지들의 시뮬레이션함(시뮬레이션하다-‘결과를 예측하여 그려보다’는 의미로 쓰겠다)을 통해 다양한 상황들을 예상하고, 또 작은 일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때로는 니모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 고민들 자체로도 우리는 한정된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해보는 질문을 던져줄 수는 있겠지만, 한 남자의 인생에 모든 방향들이 ‘여자’로만 옵션이 생긴다는 것에 조금 놀라울 따름이다.

비슷한 메시지를 다룬 <어바웃 타임>(2013, 리차드 커티스 감독)은 그를 통해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개척’ 해나가지만 <미스터 노바디>의 니모는 가장 운명이라 생각하는 여성’을 만났는지, 그래도 만나 볼 만해 보이던 ‘앨리스’를 만났는지, 마치 두 여성 모두 만나지 못했지만 마지막 옵션은 있었다는 듯의 ‘진’을 만났는지에만 인생의 모두 정해지는 것처럼 그려낸다. 각각의 상대방과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보다는 안나, 안나 외에 선택지를 고른 느낌으로 다소 소모적인 역할로 쓰인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까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은 모두 니모의 여성혐오적 시각으로 그려진다. 이쯤에서 벡델 테스트를 꺼내보자, 벡델 테스트란 1985년 미국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자신의 만화 <주목할 만한 레즈들>에서 고안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이다.

1. 영화 속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사람 나올 것

2. 1번의 여성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것

3. 이들의 대화 소재나 주제가 남성 캐릭터에 관한 것만이 아닐 것

안나, 앨리스, 진의 등장으로 1번의 조건은 부합한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여성인 안나와 니모의 엄마 역에서 니모의 엄마는 이름이 부여되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다. 게다가 3번을 보자면, 스토리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역할로 니모의 엄마는 다른 남자를 만나기 위해 이혼을 하고, 앨리스는 다른 남자에게 버림받을 때 니모에게 간다. 이미 역할 자체부터 남성 이외의 사건으로 영화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는 존재인 것이다.

니모의 퍼즐 같은 답변에 기자가 이해하지 못하며 무엇이 옳냐고(진짜 일어난 일이냐고) 묻는다. 니모는 모든 것이 옳았다며,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말하며 눈을 감는다.


한정된 삶에서 최선의 선택을 위해 계속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니모의 삶이 어떠했든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선택을 해야한다는 점과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는 중요한 메세지는 깨달을  있지만 그러기에 니모의 인생 이야기는 퍼즐 같은 흥미로운 형태일지라도 그다지 매력 있지 않은 소재로 다가온다.


*출처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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