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똘'이 쓴 글입니다.
지난번 글에서는 와이프의 차를 왜 테슬라로 결정하였는지에 대하여 적었다면, 이번 글은 테슬라로 선택하고 난 뒤에 와이프가 차를 사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한 일들에 대하여 적어보려 한다.
지금 현재 우린 테슬라 모델Y를 5월에 출고받아 대략 6개월 정도 탔고, 주행거리는 13000km 정도 됐다. 와이프가 스토어팜을 운영하다 보니 서울로의 이동이 잦아 꽤 많이 타게 되었다. 하지만 초보 와이프가 차에 앉아 엑셀만 밟으면 앞으로 갈 수 있게 하고, 사고가 나지 않게 안전하게 타고 다닐 수 있게 하려면 꽤나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혹시라도 이제 차를 주문하고 곧 인도받을 사람들을 위해 차를 출고받기 전부터 출고 후 준비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이 나는 대로 적어본다.
현재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충전과 관련된 문제일 것으로 생각된다.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는 시간보다 월등히 오래 걸리기도 하고, 충전 시설도 열악하며, 급한 일이 있을 때 충전이 안 되어 있으면 대략 난감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 차를 구매할 땐 집 주변에 충전시설이 있는지, 집에서 가까운 슈퍼차저까진 얼마나 걸리는지 등등을 따져보았다. 처음엔 집 근처 커피숍에 데스티네이션 차저가 있길래 거기서 하면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매번 충전을 하러 커피를 마시러 갈 순 없었다. 그리고 슈퍼차저까지도 충전을 하러 가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이미 50킬로는 손해 보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고 때마침 브런치 멤버인 더지가 사용하지 않고 있던 충전기를 빌려 현재 잘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추후 선착순에서 밀려 주문하지 못한 DC 콤보 어댑터만 더 준비한다면 테슬라에 대한 만족감이 훨씬 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초보 드라이버 와이프를 둔 남편들의 마음은 다들 똑같지 않을까. ‘제발 사고 내지 마라’, ‘사람만 치지 마라’. 하지만 세상 일은 모두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보험이 필요한데(운전자 보험과 달리 자동차 보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우린 전기차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보험사에 가입을 하였다.
그리고 보험을 들면서 알았던 사실은 티맵에서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보험료가 할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전까진 카카오 내비가 편해서 카카오 내비만 썼는데, 자동차보험 할인을 위해 티맵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주행 점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키기 위해 과속이나, 카메라 주변에서 급정거 등을 덜 하게 되어 확실히 안전 운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최근 민식이법 통과 이후 일부 아이들 사이에서 차가 오면 뛰어드는 놀이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운전자가 조심해야 할 일이지만, 차에 뛰어드는 아이로부터 운전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운전자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입하게 되었다. 보험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안전장치를 하고 다니면 초보 와이프 혼자 운전을 하더라도 와이프도 마음의 안정을 가질 수 있고, 불안한 내 마음도 진정이 되는 것 같다.
처음 차를 인도받으러 발산역까지 가던 길이 떠오른다. 전기차가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었다. 집이 남양주였기 때문에 발산역까지 처음엔 내 차를 함께 타고 가서 테슬라를 인도받고 각자 차를 끌고 오려고 했었다. 하지만, 와이프가 겁을 내기도 했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대중교통을 타고 가게 되었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테슬라 인도받을 때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에 대해 체크리스트를 다운받아 갔고, 테슬라 시동 거는 법, 문 여는 법, 오토파일럿 작동하는 법 등을 ‘한테타’를 통해 배우고 갔다.
와이프에게도 가는 길에 유튜브 보며 가라고 했지만, 9시까지 발산역에 도착해야 했어서 이른 아침부터 나오느라 잠이 덜 깬 상태였고, 버스에서 공부하면 멀미 난다고 “오빠가 공부하고 알려줘”라고 외치고 잠들었다(남편들이여 힘내자!). 다행히 차를 몰아본 경험이 있다면 크게 어렵진 않기 때문에 몇 가지 조작법만 익힌다면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의 장점 중 하나는 운전자 프로필을 여러 명 등록해 그 사람에 맞는 맞춤형 세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처럼 차를 혼자 타는 게 아니고 번갈아 가며 운전한다면 이 기능을 통해 매번 좌석과 핸들을 조정하거나 미러 세팅을 바꿀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다른 차량도 차량에 메모리 기능이 있어 등록을 할 순 있지만, 테슬라는 사람 이름을 적어두고 버튼 하나로 모든 게 조절되는 기능을 가진 차량이다. 확실히 인터페이스가 더 직관적인 것 같다.
최근에 알게 된 내용이지만 ‘이지 엔트리’라는 기능도 매우 편리하다(이렇게 새롭게 알게 되거나 업데이트되는 기능들이 많다!). 사용자 등록 시 이지 엔트리 모드를 사용한다고 체크를 하게 되면, 차량을 주차하고 안전벨트를 풀었을 때 알아서 핸들은 앞으로 의자는 뒤로 가게 할 수 있어 편리하게 내릴 수 있다. 반대로 탑승한 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이지 엔트리 모드에서 가장 최근의 운전자 프로필 설정값으로 핸들과 의자가 움직인다. 오너들 중에 아직 써보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꼭 이용하시길.
차를 운전 전, 중, 후로 나누어 단계별로 할 일들이 있다.
먼저 초보 운전자가 도로에 나가기 전에 주행 연습을 하기 위해선 일단 초보운전 스티커 붙여야 한다. 와이프는 초보운전 스티커 붙이면 사람들이 무시하고, 더 뭐라고 할 거라고 붙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도 초보 시절 같은 마음으로 안 붙이고 운전을 시작해서 이해는 하지만, 자식들 걱정하는 부모님 마음처럼 와이프 걱정이 되어 꼭 붙이도록 하였다. 와이프는 이왕 붙일 거라면 남편이 이쁜 걸로 사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난 사람들에게 와이프가 확실히 초보인 걸 보여주기 위해 A4 용지로 “초보”라고 썼다. (이건 진심 돈을 아끼기 위함이 절대 아니다!) 아쉽게도 테슬라는 뒷면 유리창이 틴팅이 되어 있어 글이 잘 보이진 않아 금방 뗄 수밖에 없었지만, 와이프도 초보 스티커를 벗기 위해 열심히 운전연습을 한 것 같다.
다음은 운전 중에 알려줘야 할 것이다. 테슬라는 엔진차와 조금 다르게 밟으면 나가고, 안 밟으면 멈추게 된다(이는 회생제동을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때 속도에 따라 멈춰지는 거리감만 익힐 수 있게 옆에서 보조해주면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오토파일럿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조작 방법은 간단하다. 차가 주행하는 중에 오른쪽 레버를 두 번 아래로 따닥하고 내리면 끝이다. 근데 이걸 쓰는 순간부터 테슬라 차량은 초보 운전자를 10년 운전한 사람만큼 주행을 잘하도록 만들어 준다.
예전에는 ‘도로 왼쪽 차선에 붙어 가라, 차가 중앙에 있게 운전해라, 오른쪽으로 너무 붙었다, 그러다 옆 차 긁겠다’ 등등 잔소리를 했고, 두려움에 떨며 조수석 머리 위에 손잡이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와이프나 여자 친구 운전 연습시켜 준다고 하다가 그렇게 싸우는 사람들 많이 봤다. 하지만 오토파일럿 하나면 이 모든 불화가 사라지니 참 대단한 기술일 따름이다.
끝으로 도로 주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사실 이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초보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주차이다. 차가 비어있는 주차장에서 주차 연습을 이쪽저쪽으로 많이 연습했다. 그리고 이건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니까, 처음에는 조금 더 걷더라도 차가 없는 곳에 옆 차 긁지 말고 안전하게 주차하라고 알려줬다. 이젠 실력이 많이 좋아져서 옆에 차가 있더라도 주차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와이프가 초반에 보내준 사진을 보며 가슴 떨린 적이 있어 공유한다.
차를 오래 동안 타고 다니면 너무 익숙해져서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하이패스이다. 마치 길거리에서 사라진 공중전화처럼 고속도로에서 티켓을 발급받고, 톨게이트에서 돈을 지불하던 시절도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면 시대를 구분 짓는 하나의 문화가 될 것 같다. 처음 차를 인도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이패스 단말기 등록을 하지 않아 하이패스 차로가 아닌 현금으로 지불하는 곳으로 갔는데 어찌나 어색하던지….
우리는 GS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하이패스 단말기를 구입하여 사용하였고, 신한카드에서 발급받은 하이패스 전용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에서 전기차 전용 카드가 나온 것 같으니 카드를 많이 쓰는데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것저것 비교해보고 신청해서 사용하면 몇 천 원이라도 이득을 볼 것이다.
다음은 틴팅이다. 테슬라 차량의 경우 운전석과 조수석은, 흔히들 어항이라고 표현할 만큼 틴팅이 약하게 되어 있다. 물론 차를 운전하는 입장에서는 크게 불편하진 않지만, 그래도 자외선 차단도 하고 차를 이쁘게 하기 위해 틴팅은 필수라 생각한다. 친구들이 이미 하나의 틴팅샵을 이용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할인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또 테슬라 카페에서 추천해주는 업체였기 때문에 할인 이벤트와 하이패스, 블랙박스 장착, 사이드 미러 교체 등에 대해서도 서비스받을 수 있었다.
아래 표는 우리가 사용하는 블랙박스와 틴팅 정보이다. 많은 제품들이 있지만 그건 업체와 상의 후 결정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건 기존의 엔진차 오너들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난 그랜저를 타고 다니면서 내 손으로 본넷을 열어본 적이 사실 단 한 번도 없다. 아니 본넷을 여는 게 운전석 왼쪽 아래 어디쯤 있다는 건 아는데 열 일이 없으니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테슬라에 블랙박스를 설치하게 되면 뜨는 점검 메시지는 당황스럽게 한다. 12V 배터리 교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뜨는데, 테슬라 서비스 업체에 문의해보니 12V 배터리에 블랙박스를 연결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뜨는 것이라고 한다. 직접 본넷을 열어 고치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먼저 몽키스패너와 장갑을 준비한다. 차 문을 모두 개방하고 프렁크를 열고 나서 후드를 뜯는다. 생각보다 플라스틱이라 투두두둑 뜯긴다. 이것도 역시 유튜브의 힘을 빌려 그냥 보고 똑같이 따라 하면 된다. 처음 할 땐 안나이와 영상통화도 해가며 1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두 번째부턴 10분이면 끝낼 수 있다(역시 모든 건 처음이 어렵다). 하도 자주 뜨니 블랙박스도 조절하고, 감시 모드도 켜 두고 하지만 이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될 때만 한번씩 해준다. 엔진차를 탈 땐 본넷 안이 너무 무서워 열고 싶지 않았지만, 이젠 영화에 나오는 사람처럼 나도 프렁크 열고 만질 수 있다는 작은 성취감(?)도 준다.
최근 날이 추워지면서 테슬라 공기압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평소 42 정도로 다녔는데, 최근 확인을 해보니 34~35 정도 되었다. 공기압 주입해주는 서비스는 무료라고 해서 주변에 있는 자동차 서비스 센터를 갈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무료로 해달라고 하기엔 죄송한 마음에 그리고 앞으로도 요긴하게 쓸 것 같아 더지가 잘 쓰고 있다는 공기주입기를 구매하였다. 크기도 크지 않고, 핸드폰 충전기를 이용해서 충전도 가능하다.
최근에 그랜저를 타고 다니면서 내 차를 확인해보았더니 33 정도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38이었는데 큰 일 난 게 아닌가 하며 가슴 졸였지만, 알고 보니 권장 공기압이 33이었다. 정비센터에서는 권장 공기압보다 조금 더 채워주시는 것 같다. 그동안 차에 대해 너무 모른 채 타기도 했고, 관심도 크게 두지 않아서 인지하지 못했더 부분이었던 것 같다.
테슬라의 경우에는 내가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꽤 있다. 차를 그렇게 오랫동안 타고 다녔는데도 권장 공기압을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는지를 이제라도 알게 돼서 기쁘다. 힘들진 않고 스스로 해도 충분히 할 정도라 약간의 도전 의식과 성취감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젠 충전만 하면 나 스스로도 조절할 수 있는 공기압 주입기가 생겨 마음이 홀가분하다.
지난 6개월 간의 시간을 돌이켜보며 내가 뭘 했는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이것저것 꽤나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이 글의 쓰는 이유는 와이프에게 칭찬받고 싶어서도 아니고, 내가 이거 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와이프가 느끼는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아끼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걸 하고 있다는 걸 알아만 주면 좋겠다.
항상 나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저녁식사를 준비해주는 와이프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나를 위해 해주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 더 결혼생활이 행복해지는 것 같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테슬라와 함께 즐거운 삶을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