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자신의 저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통해 국가권력을 둘러싸고 벌이는 불가피한 정치적 투쟁이 수반하는 증오와 적대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기를 희망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와 전혀 다른 시각으로 국가를 바라보는 친구나 친지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다.
저자는 국가에 대해 일곱 가지 주요 질문을 던지며, 그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입장과 해석을 소개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의 관점을 더해 독자들의 사고를 확장시키고자 한다.
그중 첫 번째 질문인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그는 네 가지 이론—국가주의,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목적론적 국가론—을 제시하고, 이에 대응하는 사상가들인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알기 쉽게 해설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을 근거로, 우리나라가 자유주의 국가론, 특히 로크와 밀의 사상을 따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조항은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를 명시하면서도, 그 제한이 자유의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자유가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자유주의 국가관과 맥을 같이한다.
그동안 나는 국가나 정치에 대해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친구나 친지들을 은연중에 ‘틀렸다’고 생각해 왔다. 그들의 역사 인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내가 옳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개인은 타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스스로 삶을 설계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법치주의에 대해서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법치란 ‘통치받는 자’를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하는 자’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한계를 넘지 못하도록 구속하는 원리라고 강조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정부 관계자들이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억압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온 사례들을 떠올리면, 우리가 법치주의를 ‘법에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준법주의로 오해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든다.
또한 그는 히틀러가 보통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되었다는 역사적 사례를 들어 민주주의가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민주주의 제도의 강점은, 설령 권력을 잡은 이가 사악하거나 무능하더라도 그가 마음대로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민주주의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없으며,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나라는 민주국가라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유시민이 말한 ‘훌륭한 국가’—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세우고, 시민을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국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지 않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며, 비록 그 변화가 더디게 느껴질지라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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