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지적 작가 시점 May 30. 2022

3만 원짜리 고민

<라떼리즘> 잘 모르는 직원이 청첩장을 보내왔을 때 해결법

2015년 승진으로 인한 지방 교류 근무로 인해 ㅇㅇ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경찰서 수사과는 사기, 횡령, 배임 등 경제범죄와 사이버 범죄를 포함한 지능범죄를 담당한다.

반면, 형사과는 살인, 강도, 방화, 폭력, 변사 등 형사사건을 담당한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형사과 모 직원이 반가운 얼굴로 노크를 하고 들어 왔다.

한 손에는 청첩장을 들고...


- 과장님~ 안녕하십니까? 형사과에 근무하는 ㅇㅇㅇ 형사라고 합니다.(미안하지만,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안 난다.) 제가 이번에 결혼을 하게 되어서 청첩장 드리러 왔습니다.

- 아~ 네. 미리 축하드려요. 준비 잘하시고요~


라고 반갑게 축하 인사는 건넸지만... 바로 내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리 과도 아니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직원인데... 부조를 해야 하나?  

저 직원은 나를 알지만, 나는 저 직원을 모르는데 그냥 쌩까야(?) 하나?

안 하자니, 우리 과 직원이 업무 협조할 때 불이익받지는 않을까?

범죄경력조회 담당자로 기억을 하는데, 우리 과 직원도 그 담당 직원을 거쳐야 조회가 가능하다.


며칠간 고민하다가 회의에서 팀장님들의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 저, 고민이 있어서 팀장님들께 자문을 구하려고 합니다.

- 이런 식으로 다른 과 직원들이 청첩이나 부고를 알리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 같아서요.

- 어차피 저는 나중에 그 직원에게 부조를 안 받을 건데, 하자니 좀 그렇고...

- 안 하자니 나중에 복도에서 마주치면 무안하기도 할 것 같고, 우리 과 직원들이 불이익 받을 것도 같고 그래서요.

- 하는 게 맞을까요? 안 해도 되는 걸까요?


그때, 정년이 얼마 남지 않으신 고참 팀장님께서 현명한 답을 주신다.


- 과장님. 그게 3만 원짜리 고민이라는 겁니다.

- 그런 고민들은 항상 해 왔던 건데요.  

- 어차피 부조 3만 원 하실 건데, 안 하면 계속 고민하셔야 하는 거고요. 3만 원 딱 내면 고민이 사라집니다.

라고 하신다.


캬~ 명답이다! 그래서 3만 원짜리 고민이라는 거였다.

바로 봉투를 만들었다.  

- 축 결혼 / 수사과장 천현길

그리고는 3만 원짜리 고민을 해결했다.



그리고 며칠 전...

이번엔 5만 원짜리 고민이 시작되었다.

혼자 고민하다가 다른 동료에게도 물어보니 한다는 사람 반, 해야 할까 고민 중인 사람 반이었다.

고민 중인 동료에게 3만 원짜리 고민 스토리를 알려 주고, 결국 같이 조의금을 보냈다.


5만 원짜리 고민을 그렇게 해결했다.


<라떼리즘>
 
잘 모르는 직원에게 부조를 해야 하나 고민되는가?  
그러면 그건 3만 원 내지 5만 원짜리 고민일 것이다.
내면 사라지고, 안내면 계속 된다.  
내고 고민을 끝낼 것인지, 안 내고 당분간 고민할 것인지 결정하라!


*** 라떼리즘이란?

https://brunch.co.kr/@1000/170


매거진의 이전글 강력팀 형사가 책상 위를 깨끗이 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