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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Jul 05. 2022

경찰도 9 to 6 하는 직장인이거든요.

수습기자를 위한 경찰 출입 매뉴얼(1) - 일과시간 외 연락하는 법

강력형사, 경찰 주재관, 기러기 아빠 경험 등 25년의 경찰 경험을 토대로 한 글쓰기 타겟팅을 기자로 정했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후, 많은 기자들과 공감을 했다. 호응해 주는 기자도 많았고, 수습이나 신입 기자 상대로 한 강의는 ing 중이다.


현장에서 기자와의 응대 과정 중 느낀 점 위주로 매뉴얼 같은 취재 요령을 하나씩 풀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경찰도 9 to 6 하는 직장인이다.


일과시간인 9시부터 6시까지 시간 외, 그리고 주말 등 휴일은 원칙적으로 경찰에게도 오롯이 개인 시간이다.

물론 시간 외 근무도 하고, 살인사건 같은 강력사건이 발생하거나 중요 집회 시위 상황이 있으면 언제든 출근해서 현장 대응할 준비태세가 되어 있다.

파출소나 지구대처럼 주-야-비-휴 4부제로 교대근무를 하거나, 6개 팀 전후로 구성된 강력팀 같이 팀별로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부서도 있지만, 상당수 내근부서나 각 과장은 일반 직장인처럼 9시 출근, 6시 퇴근이다.


그 일과시간 전후 또는 휴일에 기자는 부득이 기자 응대 일원화 창구인 형사과장이나 수사과장에게 연락해서 확인할 일이 종종 있다.

타사의 단독보도에 대한 사실여부 확인이나, (이 경우가 가장 많은 듯하다.) 기타 사건사고에 대한 취재 차 말이다.


그 경우 당연히

- 퇴근 후 쉬시는데 죄송합니다. 저 ○○일보 ○○기자입니다. 방금 전 보도 나간 XX신문 보도 사실 여부 확인 차 전화드렸습니다.

- 아침 일찍 미안합니다. 저 ○○방송 ○○기자입니다...


식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시간 내내 근무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미안하다는 인사말도 없이 대뜸 물어볼 경우, 취재원 입장에서는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렇다고 사실 확인을 안 해 주지는 않지만...

기왕이면 예의를 차리고 물어보는 것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한 취재 요령이 아닐까.

나는 인사 없이 전화한 기자에게 소심한 뒤끝(?)을 발휘한다.
응대 직후 기자 이름 뒤에 나만의 표시를 해서 저장한다. 반대로 애티튜드가 너무 좋아 물어보는 정보 외에도 더 알려 주고 싶게 만드는(?) 기자 또한 표시를 해 둔다.
다음번 통화 때 참고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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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시작하는 새해 첫날 05:00 경.
곤히 잠들어 있는 경제범죄 수사1과장인 나에게 인사도 없이 황하나 절도 사건을 물은 기자가 있었다!
내 담당 사건도 아니었고... 새해 첫날 기분이 확 잡쳐 버렸다.
전화 끊고 바로 저장을 했다. 나만의 뒤끝을 담아서...

... 철야 근무했던 기자인 듯싶다. 2년이 지나 너그럽게 이해하기로 했다. 수사과와 형사과 소관 범죄를 구분 못해서 그랬겠거니 하고 말이다. 부서별 업무분장 관련 글은 다음에 다시 소개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서 고참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기본적인 인사를 왜 모를까 하고 말이다.

일단 회사에서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한다.

가정교육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기자도 있었다.


암튼 그로 인해서 신입 출입 기자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졌다.


<수습기자를 위한 경찰 출입 매뉴얼(1)>

경찰도 직장인이다.
일과시간 전후, 휴일에 부득이 연락할 경우 미안하다는 말 먼저 건네고 취재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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