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골 빈딘(Bình Định)에서 유학비자를 받아 한국 유학을 왔던 21살의 A씨다.
개인적으로 주호치민 총영사관에서 유학비자 업무를 담당했었기에 당시 한국이 좋아 한국 유학을 꿈꾸며 간절하게 인터뷰에 응했던 유학생들의 초롱초롱했던 눈망울이 떠올라 그 누구의 운명보다 마음이 아팠다.
대한민국이 그녀를 지켜주지 못해 베트남에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러한 외국인 사망사고의 경우 상호주의에 따라 더욱 특별한 예우를 갖추어 장례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용산구 관계자도 현장에 참석을 했고,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애도를 표했으며, 한국에 머무르던 주베트남 대사도 부천시에 차려진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애도했다고 한다.
A씨의 유가족들은 관을 부둥켜안고 오열했고, 베트남 언론은 "한국 유학에 대한 꿈이 가득했던 A씨는 이번 참사로 꿈을 영원히 접게 됐다"라고 했다.
유가족들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그런 생때같은 딸이 한국에서 유명을 달리했으니 한국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생각해 본다.
반대의 경우가 떠올라 베트남에서 있었던 사건사고 기억을 소환했다.
2019년 3월 사막과 해변으로 유명한 베트남 유명 관광지 무이네(Mũi Né).
한국인 여행객 7명이 여행사에서 제공한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내리막길에서 버스가 중심을 잃고 10미터 아래 절벽으로 굴러 떨어졌다.
버스가 뒤집어지고 지붕이 다 내려앉을 정도로 참혹한 사고.
VN EXPRESS 기사(2019. 3. 9.)
베트남인 운전기사는 사망했고, 불행 중 다행으로 한국인 모두는 무사했다.
사고를 목격한 주변 베트남인들과 공안들이 부상당한 승객들을 구조하였고, 그 지역 가장 큰 병원인 빈투언(Bình Thuận) 종합병원으로 후송했다.
당시 베트남 언론에서도 언급되었듯이 한국인은 2018년 340만 명이 방문을 했고 해마다 방문객이 44퍼센트 증가할 정도로 가장 많은 베트남 방문객 중 하나인데, 관광산업에 미칠 영향 등으로 파장이 큰 사고였다.
사고 직후 판티엣(Phan Thiết) 시장이 현장으로 나가 각 재난 유관기관의 협력을 지시하였고, 우리의 부지사에 해당하는 빈투언성 부주석은 해당 병원을 방문하여 위문하고, 의료진에게는 극진한 치료를 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 대형사고를 현장에서 200여 km 떨어진 주호치민 총영사관에서 인지한 경위는 사고 발생 직후였는데, 평소 지역 사건사고를 대비하여 구축해 놓은 현지 교민 네트워크의 도움이 컸다.
무이네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교민이 사고 소식을 들었는데, 동양인들이 다쳤다는 종업원들의 말을 전해 듣고는 혹시 한국인이 아닐까 싶어 경찰영사인 나에게 연락을 해주었다.
한국인 피해자가 있을 것을 우려하여 입원 가능성이 가장 큰 빈투언성 종합병원에 연락을 취했고, 아니나 다를까 7명 전원 한국인이었다.
다행히도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다는 의료진의 전언이었으나, 7살 아이는 얼굴에 찰과상을 심하게 입었다고 한다.
의료 수준이 우리나라에 비할 바는 못되나, 그나마더 나은 호찌민으로 후송을 시켜야 했다.
특히 아이는 유명 소아 전문병원으로 후송을 지원했다.
앰뷸런스를 통해 평소보다 1시간 더 빨리 차를 몰아 부상자 모두 그날 밤 호찌민의 병원으로 후송을 했다.
사건사고에 대해 재외공관에서 최선의 지원을 해도 재외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기 쉽다. 특히나 우리보다 못한 나라에서 발생한 사고이면 더욱 그렇다.
나름 피해자의 지원 요청 전에 상황을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병원 후송 등 조치를 취하고, 병원에 나가 입원 수속을 지원하고, 통역사 섭외, 한국 후송되었을 때 병원비 건강보험처리 관계와 베트남 여행사와의 보상 문제 등에 대한 정보제공, 민사소송을 대비한 대리인 선임 등을 지원해 드렸음에도 불만이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총영사관에서 지원해 주기를 바라는 아니, 당연히 다 지원을 해주는 줄 아는 국민을 대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분들 또한 우리 국민인 것을...
최대한 신속히 한국으로 귀국하여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고 상황이 일단락되었다.
며칠 후, 피해차량에 타고 있지 않았던 아이의 아버지께서 보상문제 협의차 총영사관을 방문했다.
부인과 아이의 상태에 대하여 묻고 쾌유를 바라는 한편, 보상 관련 자문을 해주던 중 얼굴이 화끈거렸다.
병원으로 후송된 후, 시장 같은 높은 사람이 찾아와서는 위문하다가 꼴랑(?) 10만 원(200만 동) 든 봉투를 주길래 던져버렸다고 한다.
베트남의 GDP를 감안한다면 200만 동은 평균 월급절반에 상당하는 정도이니 우리 체감상 200만 원 상당의 큰돈임에도 교통사고라는 급박한 상황과 문화적, 경제적 수준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그들의 호의를 무시한 셈이 되었다.
'교통사고 가해자도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위문을 했음에도 그런 박대를 받았으니 느낌이 어땠었을까 싶다.'
소송 절차를 안내해 드리고, 추후 해당 지역 출장을 통해 교통사고 처리와 보상 문제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며칠 후, 판티엣시 출장길에 올랐다.
교통사고 담당 공안에게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이건 총영사관이 개입할 부분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베트남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지만...) 여행사 대표를 불러 내 향후 신속하고 적정한 보상에 협조해 주도록 당부했다.
여행사 대표는 면담 내내 눈물을 펑펑 흘리며 연신 미안해했다. 하필 그날 준비된 벤 차량이 문제가 생겨 급히 임시로 버스를 준비했는데, 사고가 발생하여 보상할 길이 막막하다며 말이다.
교통사고 발생 후, 영사 조력 범위와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오해들...
해외여행 시에는 가성비, 먹거리, 볼거리, 여행 환경 등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대비하여 그 나라의 치안, 의료 수준 등도 염두에 두고 여행지를 선택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