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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Oct 04. 2022

새로운 취재원을 찾는 출입기자들과 형사들의 두뇌게임

꼬꼬무 냉동고 영아 / 담당 천 형사가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4)

SBS 꼬꼬무 방송화면


SBS 꼬꼬무 37회 '살인범의 미토콘드리아'의 실제 사건인 2006년 7월 23일 발생한 서래마을 프랑스인 영아 살해 유기 사건.


사건 발생 다음날부터 20~30명의 출입기자들과 외신기자들은 새로운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매일 새벽부터 서울 방배경찰서에서 살다시피 했었다.


진행 중인 수사사항 설명과 언론사간의 과열된 취재 경쟁으로 인한 부정확한 정보 확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기자들과 상의하여 매일 특정 시간에 정례브리핑을 1회로 정하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기자들은 브리핑 이후 주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민감한 질문으로 말실수(?)라도 유발하여 조금이라도 더 수사사항을 알고 싶어 했으나, 정해진 분량만 브리핑하고, 어려운 질문에도 냉철하게 답변하는 대 언론 창구 역할을 한 강력팀장인 나 때문에 난관에 봉착하곤 했다고 한다.


당시 몇몇 기자들은 나더러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지만, 사실 내 성격은 그렇지 않다. 말실수 하나가 보도되면 프랑스와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상존해 있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2006년 수사 당시 브리핑 상황 - SBS 방송화면


기자들은 다른 취재원을 찾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당시 수사과장, 수사팀원들 모두 하나 같이 수사 보안을 유지했다.


-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 수사팀 대 언론 창구는 천 팀장에게 일원화되어 있으니 그리로 문의하세요~


속칭 귀대기, 뻗치기 하는 기자들도 부지기수였다.

귀대기는 창문이나 출입문 옆에 귀를 대고 안에서 하는 소리를 엿듣는 취재기법(?), 뻗치기는 마냥 기다리는 취재기법을 말한다.


몇몇 언론사 기자가 아이디어를 냈다.

외국인 관련 범죄는 수사사항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통역사를 통해 정보가 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수사할 때 프랑스어 통역사를 쓸 것에 착안해서 우리 수사팀원들에게 통역사는 누구인지 물었다.


팀원들은 기지를 발휘했다.


"아 그거 모르셨어요? 우리 팀장님이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해서 통역사를 안 쓰고 다하고 계세요."



사실 나는 외국어에 능통하지는 못하다.
프랑스어는 고등학교 때 선택과목으로 3년 공부했었고, 대학 때도 제2외국어로 4년 공부한 게 전부라서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읽을 줄 아는 수준에 불과하다.
영어는 항상 꾸준히 공부하고 있는 수준이고...


통역이 필요할 경우 주한 프랑스 대사관 경찰주재관실의 한국인 행정직원의 지원을 받곤 했었다.


우리 수사팀원의 센스 덕분에 졸지에 외국어까지 능통한 강력팀장으로 포장되어 버렸지만, 수사 보안은 유지될 수 있었고, 그렇게 새로운 취재원을 찾던 기자들은 허탈해했다는 후문이었다.


형사들과 기자들의 두뇌게임에서 기자들은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이었다.



다음 비하인드 스토리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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