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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근 Jan 06. 2023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던, 리스본

프롤로그, 28도 씨의 작은 도시

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우버 안

극적 타결로 시작된 리스본행 신혼여행의 첫 분위기는 상상하는 것과는 달랐다.


환승까지 스무 시간을 초과한 비행시간 때문인지 리스본 공항에 도착하여 개찰구가 열렸을 때, 생각보다 무더운 공기에 놀랐고 도착했다는 기쁨을 만끽할 시간도 없이 택시에 올랐다.


코로나 때문인지 도심으로 이동하는 버스는 운행 노선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영어를 사용하는 직원도 많지 않았다.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리스본 여행을 계획한 사람에게 공항에서는 택시 이용을 권한다.

10월 초(10.3) 리스본에서는 민소매를 입고 잔디 위에서 일광욕을 할 수 있다. 사실 유럽에서 항상 신기했던 것은 거의 모든 계절의 옷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민소매와 경량 패딩이 공존하는 기이한 현상은 포르투갈 여행 내 볼 수 있었다.


필자는 초가을 날씨라는 블로그 후기를 보고 긴팔 니트를 잔뜩 챙겼지만, 호텔에 짐을 풀고 근처 자라에서 무지 반팔 티셔츠를 두어 개 사서 입고 다녔다. 저녁에도 쌀쌀하지 않을 만큼의 우리나라 여름 날씨와 유사했다.


포르투갈 중에서도 남부 북대서양과 지중해 인근에 위치하여,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하다고 한다. 이어 쓸 포르투 편에서는 불과 4일 차이로 계절이 변할 예정이다.

리스본 28번 트램

낯 간지러울 수 있지만, 전형적인 J 성향을 가진 필자는 여행에 앞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두 번 정도 봤다. 영화 속 리스본은 정돈되지 않고 차분한 구도시 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도 그러하다.


이렇다 할 웅장한 관광지도 없는 도시지만, 이전에 방문했던 유럽의 대도시들과는 다른 헤어 나오기 어려운 매력을 갖고 있다.

도둑 시장, 리스본 전통 문양(아줄레주) 타일

3박 4일의 짧은 여행 동안에도 특별한 것이 없어서일까. 살고 싶은 편안함과 마음속 넉넉함을 채웠다고나 할까.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 누구나 그러하듯 특별함을 찾고자 하지만 알다시피 특별한 것을 경험했을 때의 만족감은 지속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리스본은 내게 좀 더 위안이 되는 도시였다.


리스본은 언덕 도시라 부를 만큼, 위로 아래로 많이 걷게 된다. 덕분에 뾰족구두를 신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이 운동화나 슬리퍼 같은 가벼운 차림으로 여유를 즐긴다. 모든 것이 조용한 도시가 되기 최적화되어 있다.

도둑시장 노점상

리스본을 바라보는 필자의 편협한 시각 때문일까. 사진에 화려하거나 웅장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작고 소중한 것들을 보려고 노력했다. 적어도 첫날은 도시와 인사하는 시간으로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향한 첫 번째 관광지(?)는 도둑시장이었다.

도둑시장은 실제로 도둑질한 물건을 시장에 내보이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 5일장 같은 개념처럼, 정기적인 중고시장 정도로 변모한 것 같았다.


타지로 여행하며 항상 아쉬운 캐리어 무게 제한, 가방에 넣고 싶었던 것들을 눈으로만 담았다. 취급 중인 물건들을 보면서 그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추측해 본다.

오래된 시계, 낡은 재봉틀, 입을 수 있을까 싶은 옷들을 보며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다.


적지 않은 흥정이 오가지만, 대부분이 주변 국가에서 온 관광객이어서 그런지 판매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였다.


저렴한 로컬 기념품을 구매하기에는 제격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아줄레주 문양이 새겨진 술잔 2개를 구매했다.

유럽 어느 국가가 그렇듯, 특히 지중해 인근에 위치한 도시일수록 와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포르투갈 역시 ‘포투 와인’이라는 지역 특산물을 보유했다.


포투 와인은 우리가 흔히 즐기는 와인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와인이다. 포르투 여행 편에서 나올 이야기지만 간단히 스포 하자면, 20도의 달달한 레드와인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당도와 알코올 도수가 높아 식전주보다는 식후나 음주를 즐길 때 적합한 주류라고 한다. 와인을 잘 모르는(사실 입이 비고급) 사람을 취하게 만들기 좋은 술임에는 틀림없다.

필자 숙소는 호시우 광장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했는데, 계속 말했다시피 우리가 기대할만한 큰 프랜차이즈 호텔을 찾기 힘든 도시였다.


예약한 숙소도 마찬가지, 1박 2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룸 컨디션은 우리나라 비즈니스 호텔 보다도 못했다. 그렇지만 유럽 특유의 오래됨과 빈티지함, 우리가 최초 모델링했던 유럽 호텔은 느낄 수 있다. 미화하는 거다.

아무튼 호시우 광장 앞에서 배낭을 가진 자는 여행객이고 동양인은 첫날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리스본의 주택 지붕은 대부분 빨간색인데, 전쟁 당시 빨간색 지붕은 민간인이 살고 있으니 공격하지 말아 달라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아픔이 있는 곳에 항상 왠지 모를 의미와 아름다움이 있다. 아무튼 그렇게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도착하여 걷다 보니 해가 어느덧 지고 있었다.

여행 첫날, 솔직하여지면 설렘보다는 피곤함이 더 컸으나 도시와 교감하고자 했다. 필자는 무엇보다 근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리스본에 왔으니 그들의 삶의 방식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하루라도 가져보고 싶었다. 그래서 첫날은 관광지보다는 골목골목을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행은 그 사람이 가진 가치관에 따라 그 의미가 상이하다. 필자에게 작은 골목, 골목에서 나는 약간의 악취, 길거리의 담배 냄새, 정돈되지 않은 길거리가 매력적이었던 것처럼.


이어질 약 10일간의 신혼여행 글은 아마도 굉장히 주관적이고 완벽히 개인적인 글이 될 것 같다. 사실 필자는 잠시지만 기자로 근무하며 글을 썼었다. 그때 썼던 글은 기쁘지 않았고 나의 글이 아니었다. 23년 새로운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면서, 필자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게 소심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작가(?)가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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