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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근 Jan 08. 2023

1. 가을에 다시 유럽에 간다면, 리스본

1) 북대서양 지중해, 포르투갈 전성시대


아침부터 분주한 리스본 길가에서는 정어리와 감자튀김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문화를 알리 없는 나 같은 초짜의 10일 간 아침은 호텔 조식이 전부였다. 아무튼 포르투갈 어느 지역에서든 아침을 즐기려거든 하루 이틀 정도는 조식 없는 객실을 예약하시길.


리스본 시내에서 벨렘 지구로 이동할 때 트램을 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트램에 대해 오묘한 긍정적 감정을 갖고 있다. 단순한 레트로에 대한 동경이라기보다 우리가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욕구 때문일까. 필자에게 트램은 유럽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려지는 잔상 같은 거다.


벨렘 지구로 향하는 트램 안


이번에 탄 트램은 더 옛날 것 같았다. 오래된 나무로 제작된 창틀부터 90년대에 봤을 법한 빨간 인조가죽이 덮여있는 스펀지 의자까지, 오랜만에 가까이서 세월의 흔적을 보았다.


아 맞다. 리스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 대도시 유럽 도시 여행 때와는 정말 비교될 정도로 동양인이 없다는 것. 4일 동안의 리스본 여행에서 단 한 명의 동양인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우리를 주목한다거나 특별히 신경 쓴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세상에 우리 둘만 있고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준비된 세트 같았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트램에서 내려 걷다가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지나고 벨렝탑을 향한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입구에는 땡볕 아래긴 줄이 있었다. 내부 관광을 위한 기다림으로 보였는데 멀리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일단 지나왔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외부도 웅장하지만 내부가 아름다운 건축물 같았다. 벨렝탑 이후 다음 편에서 소개하려고 한다.



지중해 인근에 있는 따뜻한 도시, 리스본에서 벨렝탑으로 가는 길에는 높은 야자수가 참 많았다. 햇볕도 따갑고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여름이라 착각할 때, 그늘로 잠시 걸으면 괜찮아졌다.


큰길 중간중간 가지를 친 작은 골목길에서 웃통을 벗고 반바지를 입은 아이들이 공놀이도 한다. ”아 맞다.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의 나라였구나. “ 했다.


벨렘 항구, 2층 관광버스


벨렝탑으로 가는 길 육교를 건너다 아래를 보면 요트들이 즐비해있다.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도 그렇고 우리나라 항구와는 조금 다른 특유의 느낌이 나는 좋다.


언젠간 해본다고 다짐하면 해야 하는 나는, 오늘 이 글을 쓰며 유럽 지중해에서 요트를 타보기로 한다


운 좋게 만난 2층 버스. 밝게 인사도 건네본다. 환호가 들릴 줄은 몰랐는데 감사하게도 격한 인사를 받는다. 여긴 나를 위한 세트장이다.


여행은 마음의 여유를 갖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관광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여행하며 한 가지 다짐을 했는데, 언제 어디서든 나는 여행을 하고 있으니 마음의 여유를 갖고 타인에게 관대한 넓은 마음을 갖기로 했다. 물론 쉽지 않다.



육교를 건너 벨렝탑으로 가는 길, 이상하게 여기서 찍은 사진이 많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대한 이곳은 눈으로 담고 느끼고 싶은 곳이었던 것 같다.


여유로운 걸음걸이, 미세하게 흘러오는 길거리 버스킹 통기타 소리 그리고 바다 내음까지. ‘우와’ 하는 격한 반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 아무 말하지 않고 걸었었다.



벨렝탑은 대서양과 지중해를 끼고 있는 이베리아 반도 남서쪽 끝에 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긴 타구스 강 하구에 위치해 있다.


포르투갈의 전성기, 출항을 시작한 곳으로 포르투갈 왕자인 엔리케가 아프리카를 탐험할 수 있는 전초 지였다. 그래서인지 이 광장은 발견기념비가 있고 포르투갈 사람들에겐 영광스러운 곳이라고 한다.


필자에게는 포르투갈령 아래 있던 수많은 국가의 사람들에게는 이곳은 그리 달갑지 않은 곳으로 느껴질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무튼 땡볕아래 북대서양과 만나는 타구스 강 끝에서, 결혼을 한지 이틀이 지난 신혼부부는 그 의미가 어땠든 기도해 본다.


포르투갈의 전성기가 시작된 그 출발처럼, 우리 인생의 제2막이 열렸고 분명 축복하는 밝은 빛만 가득할 것이라는 믿음을 약속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으로 가는 길 알록달록 낮은 건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채로움과 단조로움이 공존하는 이 골목에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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