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먹는 얘기가 빠지질 않았던 10월.
천고마비의 계절을 탓하기엔 아마 겨울에도 상황은 비슷할 것 같다.
10월의 그림이 갈수록 맥아리가 없어지는 걸 보니 어느 시점부터 바빠졌는지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 수 있어 좀 웃겼다.
휘갈겨 써놓은 초안을 시간이 나면 수정을 하겠거니 싶었는데 그 시간이란 쉽게 나질 않아서 결국 10월의 마지막인 오늘까지 밀려왔다.
방학 숙제로 밀린 일기를 쓰듯 어찌어찌 깔끔하게 그려도 되긴 하겠지만 아마 그런 요행이 통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림일기에 흥미를 잃을 것 같았다.
일기를 ‘완성’시키기엔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고, 이대로 올리기엔 너무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초안을 버리고 10월을 날리자니 너무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그냥 있는 그대로 올린다.
내용을 확인하는 데에는 딱히 어려움이 없으니, 이런 형태의 일기도 그려보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더 부담 없이 많이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새로운 화풍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