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보고 싶던 영화를 봐도,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어도 오늘 하루는 정말 형편없었다는 생각에 잠기는 날이 있다.
나는 그런 하루를 몇 번이고 반복하고 나서야 형편없는 하루의 끝을 매듭짓는 방법을 찾아냈다.
참 이상하게도, 오늘 하루가 만족스럽기는커녕 쓸모도 없었다는 사실은 하루가 끝나갈 무렵에서야 깨닫기 마련이다.
이미 그 하루를 수습할 수도, 만회할 수도 없다는 사실 자체에 괴로워하면서 늦은 밤까지 끙끙거리다 결국 그다음 날까지 망치게 된다.
형편없는 하루의 끝에서 해야 하는 건
오늘 해내지 못한 일을 붙잡고 괴로워하는 게 아닌,
당장 할 수 있는 내일에 대한 대비와
절망스러운 감정을 차분히 앉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하루일지라도
오늘의 마무리와 내일의 준비를 해냈다면
그 하루는 결코 망친 게 아니다.
이 사실만큼은 꼭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