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장사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손님이 되어 다른 이들의 가게를 기웃대는 것 또한 좋아합니다. 특히 맛있게 먹고 맛있게 마시는 손님들을 보고 있으면 저 역시 그들 틈에 끼어 앉고 싶기도 하고, 당장 달려가서 시원하게 생맥주 한 잔 들이키고 싶은 단골집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요즘 유튜버의 시대라죠? 저희는 고객층도 그렇고 소위 트렌디한 술집은 아니어서 그런지 아직 촬영 손님이 오신 적은 없어요. 그런데 한 분, 항상 카메라를 켜고 자기 식사 모습을 찍어 가시는 분이 계십니다. 처음 카메라를 켜신 날, 먼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어디에 올리진 않을 테니 카메라 좀 켜 둬도 괜찮겠냐고. 그냥 가끔씩 꺼내 보는 자기 일기장이라고 해요. 혼자 오실 때에도, 친구랑 계실 때에도 항상 카메라를 켭니다. 서로 낯이 익숙해져 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가 되고서 어느 날.
“혹시 불편하지 않으세요?”
“괜찮습니다. 다른 손님 불편하게 하신 적도 없으시고요. 저야 맛있게 드셔 주시니 그냥 감사해요.”
“네.”
“조금 궁금하긴 했어요. 찍어 가서 뭐 하시는 걸까? 혹시 요리사일까, 생각해 본 적은 있습니다.”
“하하! 아니요. 사실 사장님네 가게뿐 아니라 어딜 가서도 이렇게 찍어요. 아, 물론 여쭤보고요.”
“그래도 여기가 마음에 드셨나 봐요?”
“네, 물론. 근데 다 찍어요. 좋아하는 데만 찍는 게 아니고요. 맥주 한 잔만 더 주세요.”
빈 잔을 치우고 새 맥주를 따릅니다.
“사실 제가 한때 인스타에 미쳐서 살았었어요. 어릴 때부터 사진 찍는 건 좋아해서요. 그러다가 남들이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는 것도 돼 보기도 하고. 인기 좀 얻으니까 협찬도 들어오고 그런 것도 좀 해 보고.”
“오! 아이디 알려 주세요.”
“아뇨. 이제 안 해요. 계정도 없어요.”
“아이고, 그것도 키우는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텐데. 아깝게.”
“아니요. 전혀요. 어느 날 갑자기 ‘툭’ 끊겼다고 해야 되나… 수백 장의 사진을 올리고 수백 개 라이크가 달리고. 그런데 단 한 장도 제가 없더라고요. 진짜 나. 인스타 하고 인플루언서 되고 그런 거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엄연히 직업인데요. 그냥 제가 그런 삶에 맞지 않았던 것뿐이죠, 뭐. 그날로 저는 사라졌답니다. 그리고 여기 있죠, 이렇게 진짜로. 타라~”
팔을 펼치며 포즈를 취하셨습니다. 벌써 4잔째인데 반이 비었네요. 얼굴도 움직임도 살짝 취하셨습니다.
“그 뒤로는 이렇게 미친 듯 저를 찍네요. 그리고 집에 가서 자주 봐요. 앨범 꺼내 보듯이요. 사장님, 저 여기 생각보다 되게 자주 오는 거 모르셨죠? 저 옆에 친구랑 있을 때도 많거든요. 그 장면들도 봐요. 보고 있으면 너무 재밌어요. 저는 넷플릭스보다 이거 보는 게 더 재밌어요. 혹시 사장님도 잠깐 출연?”
휴대전화 방향을 돌릴 듯이 일어나시길래 우물쭈물대다가, 마침 비어 있는 왼손으로 엄지를 척! 들어 올렸습니다.
“에이~ 아니에요. 하하하.”
실제로 찍진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또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당탕탕 분주한 분위기이지만, 이 손님을 기억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혼자 오시든 일행과 함께 오시든, 멀쩡하시든 꽤 취하시든, 항상 자리를 정리하십니다. 그러실 필요가 없는 작은 선술집인데… 처음부터 그러셨어요. 의자를 넣어 주시는 건 당연하고, 쓰레기 될 만한 것들은 한쪽으로, 그릇들도 차곡차곡. 혹시 흘린 것들은 냅킨으로 쓱쓱.
사람은 해석할 수 없습니다.
#OliviaDean
- Dive
Maybe it's the loving in your eyes
Maybe it's the magic in the wine
Maybe it's the fact that every time I fall
I lose it all
But you got me from my head to my feet
And I'm ready to dive
#만원식탁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