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바다다다다’ 소리가 들려오면 100% 그 손님입니다. 오늘은 소리가 겹치지 않는 걸 보니 혼자 오시나 보네요.
“하이~ 김 사장님!”
“오셨어요? 하하하.”
“오늘 바이크 바꿨거든. 바로 생각나서 왔습니다. 덕분에 한 30분 라이드했네. 다이나 스트리트 밥 모델이라고 하는데, 고민고민하다 장만했어. 한 번 볼래?”
상장을 받아 온 어린아이 같은 표정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 호응이 좋아서인지 오토바이를 바꾸실 때마다 이렇게 일부러 오세요.
“와~ 이번 건 또 다른 느낌이에요. 뭐랄까… 전에 타시던 건 좀 위협적이었거든요.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크고 막… 그런데 이건 뭔가 적절하달까. 반장님 힘을 받쳐 주면서도 적당해요. 굉장히 세련돼 보입니다.”
“역시! 김 사장! 센스가 있구만. 이 놈이 바로 그래. 전에 타던 건 CVO 모델이라고 좀 커서 나도 라이드할 때마다 힘들었거든. 나이도 먹었고. 이거 딱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 들어가지.”
사실 반장님은 업계에서 알아주는 목수입니다.
“오늘도 딱 맥주 한 잔입니다. 더는 안 돼요.”
“알았어, 알았어.”
벌써 30년 차 베테랑이신데, 재능에 딱 맞는지 일 배울 때부터 남다르셨다고 해요. 젊은 시절부터 인정받아 제법 돈이 모였는데, 쉬는 날 선배 따라 놀러 갔던 경마장이 화근이었습니다. 모은 돈 다 잃고 결혼 준비하던 애인도 떠나보내고. 만회하려고 밤낮으로 일하다 보니 몸도 망가지셨고요. 그러다 결국… 마흔이 되기 전 어느 날, 일하시다가 왼손 두 번째 손가락을 잃으셨습니다. 주변 동료들이 다 놀라 달려와 병원으로 데려가는 길, 정작 본인은 아프지 않더래요. 피범벅이 된 손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더래요. 이래선 안 된다.
일단 밤일을 끊으셨고,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새벽부터 저녁 6시까지만. 타고난 목수 재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어서 빠르게 일상을 되찾으셨고, 이제는 직원도 4명이나 꾸려 전국을 누비고 다니십니다.
“배고프셨어요? 벌써 안주 3개 드셨어요.”
“맛있어서 그렇지. 나한테 바이크가 말이야. 참 고마워. 도박이란 게… 참 그래. 발을 들이지를 말았어야 했는데. 끊는 게 아니고 참는 거거든. 담배처럼. 다시 사람 구실하고 다닐 때 이태원에 매장 공사를 한 번 했었어. 거기가 할리데이비슨 매장이었던 거야. 공사는 다 했고, 그 앞을 한 번 지나간 적이 있는데 우와! 진짜 너무 멋지더라고. 공사만 했지 오토바이가 들어온 건 처음 봤으니까. 여기 목수일 했던 사람이라고 인사하고는 하나하나 묻기 시작했지. 그러다가 결국 한 대를 사게 됐네. 그런데 이게, 이게 손맛이 예술인 거야. 그렇게 시작했어. 저 놈이 날 구한 거야.”
추가로 순대볶음을 주문하십니다.
“맥주 한 잔 더.”
“안 돼요.”
“오늘은 괜찮아.”
하시며 뒤를 가리킵니다.
“안녕하세요.”
“어어. 네네, 안녕하세요…”
긴가민가하고 있는데…
“많이 컸지? 내 아들.”
“아아… 아! 와, 다 컸네요. 못 알아보겠어요.”
“그러니까 두 잔 줘. 오토바이는 내일 찾아갈게.”
결혼이 늦으셨기에 늦둥이를 낳으셨습니다. 예전에 한 번 데리고 오셨을 때 완전 꼬마였는데, 지금 보니 훤칠한 키의 미남자네요.
“제대했거든. 이제 제대로 가르치려고.”
“아하! 든든하시겠어요.”
“멀었지. 근데 의지도 있고, 손이 빨라. 날 닮았어.”
“좋네요. 이건 서비스.”
기름기 잔뜩 오른 고등어가 싱싱해 몇 마리 사 왔는데 타이밍이 좋습니다. 숯에 구워 제대 선물로 드렸습니다.
“캬~ 오늘은 안심하고 마셔야겠네. 별 볼 것도 없는 애비인데. 투덜대는 일 한 번 없고. 닮기도 닮았고 고마운 새끼야. 이 놈이 날 구한 거야.”
상남자도 자식 앞에선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바이크 좋아하는 것도 닮아버렸다니까, 하하하. 야, 이제 일 시작해서 언제 모을래? 첫 바이크는 자기 돈으로 사야지. 월급은 공평하게 준다. 암튼 열심히 해 봐.”
보기 좋아 제 마음이 다 뜨거워집니다.
“아드님 첫 바이크 선물 꼭 사드릴게요!”
#MichaelJackson
- Man in the Mirror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a change
#만원식탁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