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by 만원식탁


‘맥락도 없고 장르도 없다. 그런데 사람은 많네. 이 동네 종특인가. 딱 골목대장 할 수준.’


“사장님~”


이른 저녁 Night Train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어? 이 시간에 웬일이야?”

“그냥. 오늘은 장사하고 싶지가 않네.”

“이 시간에 밖에서 본 게 얼마 만이지? 앉아.”

“사장님, 오랜만에 뵈어요.”

“잭콕 하나 주세요.”

“술도 마시게? 장사 안 해? 무슨 일 있어?”


사실 어젯밤 자기 전, 가게 리뷰에서 안 좋은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웬만하면 안 보려고 하는데 어쩌다 한 번씩 보게 되고, 그러다 한 번씩 상처 받습니다.


“에휴~ 장사한 지가 몇 년째인데 아직도 댓글 보고 우울해하고 그래. 그러려니 하면 되지.”

“사장님, 또 그게 안 그래요. 저도 저희 가게 리뷰 보다가 한 번씩 속이 뒤집히고 그래요.”


바텐더 S씨가 거듭니다.


“그래. 사람들의 미운 말은 베일 정도로 날이 서있지. 힘내 자기야.”


가게의 주인공은 손님이고, 손님들이 맛있게 드실 만한 요리들을 맛있게 요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좀 칭얼대고 싶었던 거야? 하하하, 잘했어. 그래서 오늘 아예 장사 안 하려고? 가만 보자. 김 사장이 휴무 말고 장사를 안 한 적이 있었나...”

“오픈하고 초기에, 대상포진으로 드러누웠을 때 한 번 그랬죠. 아 몰라요. 오늘은 그냥 여기 있을래.”

“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와. 여름 휴가 계획은 세웠어?”

“손님 중에 삿포로 추천하신 분이 계셔서 삿포로 생각 중이에요. 오타루랑 해서 한 바퀴 돌아보려고. 손님 오기 전에 레드제플린 앨범 틀어주실 수 있어요?”


Night Train은 1차 손님들이 자리를 이동할 시간부터 바쁘기 때문에 무리한 부탁은 아닙니다. 사장님네 스피커가 아주 좋기도 하고요.


“근데 김 사장, 예전에 미슐랭인가 뭔가 좀 좋은 레스토랑에서 일했다고 했지? 그 시절 자존심, 뭐 그런 거 남아 있는 건 아니고?”

“에이, 그게 언젠데. 그런 거 없어요.”

“사람 마음이 참 얇아. 영광의 시절 같은 거 가끔 꺼내 보는 추억이면 충분할 텐데 그게 어떤 순간에 날카롭게 반응한단 말이지.”


아니라고 말했지만 잠깐 의심해 봅니다.


“암튼 이 미식가 누나가 제일 아끼는 식당 중 하나야. 아까 뭐라고? 딱 골목대장 할 수준? 난 이렇게 말해줄게. 온 동네 사람들이 사랑하는 골목의 자랑!”


바텐더 S씨가 따라 외칩니다.


“골목의 자랑!”


골목 멀리서부터 ‘바다다다다’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 저거 목수 아저씨 아니야? 저 아저씨 오늘 어떡하나. 사장 여기서 퍼져있는데.”


일어날 채비를 합니다.


“에고, 아까 승질나서 직원도 쉬라고 했는데. 혼자 장사하겠네. 잠시 농땡이 핀 벌이다. 잘 먹고 갑니다. 고마워요 누나, 고마워요 S씨.”


1시간짜리 외도. 다시 나의 공간으로 돌아갑니다.




#LedZeppelin

- Thank You


If the sun refused to shine

I would still be loving you

If mountains crumble to the sea

There will still be you and me


#만원식탁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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