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by 만원식탁


만원식탁은 술집입니다. 개성 강한 손님들도 많지만 그래도 대부분 좋은 손님들인 덕분에 얼굴 붉힐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다만 기본적으로 취하는 곳이고, 그러다 보면 가끔 재밌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MZ라고 불리는 분들은, 정확히 어느 나이대를 말하는지 솔직히 잘 모릅니다, 확실히 저희 때랑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표현에 자신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소위 취객의 무례함과는 달라요. 저희 시절엔 사석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면 친구를 타고 부탁부탁해서 소개팅 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만으로도 과감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난 주 수요일에 김일병이 오랜만에 놀러 왔었습니다. 웬일로 얼굴이 좋더군요.


"사장님, 역시 저! 저! 했습니다."

"어서 와. 근데 뭘?"

"지난달 판매왕!"


그래서 기분이 좋았구나.


"축하해! 거봐, 천천히 하면 된다고."

"고맙습니다. 오늘은 두 병 마시겠습니다."

"하하! 그래, 오늘은 김이병 해라."


선물을 주고 싶어서 잠시 두리번대다가 진득한 달콤함이 좋은 부나하벤 위스키를 한 잔 따라줬습니다.


"오우, 사장님 이거 뭐예요?"

"내 선물. 마셔봐 아주 달콤해. 오늘 자네 표정같아. 니 얼굴이 그렇게 상쾌하니 나도 기분이 좋다. 항상 그렇게 다녀. 얼굴도 잘생겨 가지고. 지친 표정, 안 어울려."


똑똑.


요즘 들어 유독 자주 오시는, 항상 비니를 쓰고 오시는 여성분이 카운터를 두드립니다.


"사장님, 저도 같은 걸로 한 잔 주세요."

"아... 아! 네."


글랜케런 잔을 꺼내어 다시 한 잔 따르고, 얼음 담긴 글래스잔도 같이 내어 드렸습니다.


"으음~ 맛있네요. 말씀대로 달콤해요."


내친 김에 저도, 살짝, 한 잔 따랐습니다.


"옆에 분,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짠~*"


기다렸다는 듯 김일병이 대꾸합니다.


"자주 오시나 봐요?"

"네, 최근에 종종."

"여기 너무 좋죠. 저 완전 단골이에요!"


오늘 김일병 제대로 기합이 들어가 있네요. 법칙까지는 아니지만 첫 손님 그룹의 기운이 좋으면 그날 방문하시는 손님들 모두가 유독 유쾌하신 경향이 있어요. 물론 기분 탓이겠죠.


그날이 그랬습니다. 어깨가 우쭐한 김일병, 자연스러운 대화로 그의 작은 승리를 축하하는 비니 손님. 그리고 이어져 들어온 많은 이들의 긍정적인 기운. 그런 날이 있습니다. 가게를 메운 손님들 사이에서 상당한 행복감을 느끼는 날.


결국 김일병과 비니 손님은 같이 나가셨어요. 김일병 발걸음은 바닥에서 10cm 정도 떠 있더군요.




#BillWithers

- Lovely Day


When the day that lies ahead of me

Seems impossible to face

When someone else instead of me

Always seems to know the way


#만원식탁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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