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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신호 Nov 13. 2021

"니들이, 아바(ABBA)를 알~아?"

<Thank you for the music>, 아바

 #1

  처음엔 대학생 동아리인 줄 알았다. ‘방탄소년단’ BTS 말이다. ‘방탄’이란 말뜻을 보건대 경찰대와 관련이 있나 싶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K-POP 아이돌 그룹이었다. 하긴 ‘도끼’와 ‘개코’라는 해괴한 가수 이름을 떠올려보니, ‘방탄’이 그리 요상한 것만은 아니었다. ‘방탄’이란 총알을 막는다는 뜻인데, 그냥 BTS라고 흔히 부른다. 올봄 여학생들에게 이들의 인기 비결을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BTS”라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화색이 돌고 동공은 커졌다.     


 놀라운 사실은 BTS의 노래 <Butter>가 무려 10주 동안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에게 빌보드 차트란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와 같은 특별한 이들의 전유물이자, 감히 넘볼수 없는 영역이었다. K-POP란 말도 J-POP 따라하기 쯤으로 여겼다. (20년 전, X-JAPAN의 히데 사망 소동을 떠올려보라) 그런데 우리의 K-POP을 세계인이 떼창을 하고, 빌보드 차트에서도 정상에 올랐다고 하니,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2

 녹음기와 전축을 소망했고 소니 워크맨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음반 앨범 한 장을 마치 예술품 대하듯 소중하게 간직했던 라디오 시절이었다. 그때 청춘의 감성을 10대 가수 쇼로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팝 음악이 주는 세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히피의 찬가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레드제플린의 록 음악 그리고 디스코와 듀란듀란의 뉴웨이브까지 팝송의 향연은 굶주린 청춘들에게 넉넉한 뷔페 음식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책상 위에 아바사진을 신주단지처럼 모셨다. 월말, 모의고사 그리고 선생님들의 사랑어린(?) 매타작에 헉헉대던 학창 시절이었지만 아바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종일 수업과 참고서에 찌들었던 우울한 사춘기였지만, 라디오에서 아바노래가 흘러나오면 즐거웠다. 저녁 식사 후, 하숙생들끼리 옥상에 모여 아바의 노래를 듣다 보면 세상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이들의 7집 앨범의 사진 속에 활짝 웃고 있던 팔등신의 프리다아그네사를 보면서 스웨덴 이민을 상상해 보곤 했다.     


DJ 김기덕이 낄낄대는 특유의 웃음으로 아바 멤버들이 헤어질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아바가 해체된다고?’ 그날따라 DJ의 웃음은 더럽게 방정맞았다. 정말로 아바는 그들의 졸업가 <one of us>를 부르면서 10년 동안의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웅산 폭발 속에서도 대통령은 살아왔고, 이산가족들은 온 나라를 눈물바다로 만들었건만, 아바는 사라졌고 연인이었던 그들은 헤어졌다. 나의 고단한 고등학교 생활도 끝이났다.


#3
 비록 짧게나마, 대학교 앞 음악다방에서 DJ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이래저래 처지와 비슷한 DJ들끼리 만나면 팝송에 대한 지적 소양을 과시하곤 했다. 소위 음악을 좀 안다는 이들은 아바는 음악성 떨어진다며 혹평을 했다. 우리들은 핑크 플로이드알란 파즌스 프로젝트를 주로 찬양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바는 음악성 부족이라는 의문의 패배를 당하곤 했다. 사실은 아바가 팝의 본향인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한 탓이었는데 말이다.     


 마이카를 꿈꿀 때마다 가족을 태우고 강변 드라이브를 하리라 작심했었다. 마침내 그 꿈을 실행할 수 있었다. 폴폴 풍기는 새 차 냄새를 음미하면서, 가족과 함께 구례 방면 섬진강으로 달렸다. 드라이브에는 음악이 있어야 한다. 그날 우리 가족은 지겹도록 아바 노래를 들어야 했다. 내 첫 드라이브를 베니, 비요른, 아그네사, 프리다가 합창하며 축하해주었다. 지금도 우리 집 아이들은 아바 노래를 아이유 노래만큼 잘 알고 있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극장에 떴다. 추억의 아바를 만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영화관으로 향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비록 뮤지컬을 대신한 것이지만, 그들의 음악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설레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자막이 올랐지만,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그때 스크린에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다시 나오더니, 주인공 메릴 스트립이 왜 나가지 않는 거야? 노래 더 들어볼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등장인물들이 아바의 음악을 신나게 노래했는데 혼자라면 덩실덩실 춤을 출 것 같았다.  

   

#4

 칠순이 훌쩍 넘은 아바가 사십 년 만에 돌아왔다. 백발이 된 그들이 신곡을 가지고 다시 나타났다. 처음엔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의 신곡 <Don’t shut me down> 듣는데 이게 뭔 일이야싶었다. 반가웠고 신기했고 놀라웠다. 무려 사십 년이란 세월을 넘어왔건만 북유럽 특유의 리듬은 변함없이 경쾌했고, 목소리에는 노년의 편안함이 녹아 있었다. 음악성 따위가 무엇 중요하랴. 그저 편안하고 즐거우면 되는 것을. 얼마 전 방송인 배철수 씨도 인터뷰에서 아바의 음악적 방향이 맞았다며, 그들을 폄하했던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우리 학생들도 언젠가는 BTS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때가 올 것이다. 아바에 대한 우리 시대의 감성과 BTS에 대한 지금의 감성이 같을 수는 없다. 어쨌든 일곱 명의 젊은 청년이 펼치는 힘찬 군무와 세련된 음악이 오늘날 청춘들에게 힘과 탄력이 되는 것만은 분명한 모양이다. 우리 세대에게 아바도 그러했으니 말이다. 세상에는 결코 구린 노래란 없고 저런 것도 노래이냐며 타박할 음악도 없다.     


. “아빠 이번 생일 선물로 아바(ABBA) 새 앨범 어때요? ”라고 딸한테 문자가 왔다. 곧 아바 형님과 누님들이 내 집을 방문할 것 같다. 그들을 만나면 항상 고마웠다고 인사해야겠다. “Thank you for the music”라고.


I'm nothing special, in fact I'm a bit of a bore  전 특별한게 없는 사람이죠, 사실 전 지루한 편이네요.

If I tell a joke, you've probably heard it before 만약 제가 농담을 하면, 당신은 아마 그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거에요.

But I have a talent, a wonderful thing 하지만 전 재능이 있어요, 아주 훌륭한 것이죠.

Cause everyone listens when I start to sing 왜냐면 제가 노래를 시작하면 모두가 듣기 때문이죠.

I'm so grateful and proud 전 정말 감사할만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이에요.

All I want is to sing it out loud 제가 원하는건 큰 소리로 노래하는게 다에요.

So I say 그래서 전 말하죠.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m singing 음악에 감사하고, 제가 노래하는 노래에 감사해요.

Thanks for all the joy they're bringing  그것들이 제게 가져오는 모든 즐거움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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