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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신호 Jan 12. 2022

도로시가 부르는 희망의 네비게이션.

<Over the rainbow>, 주디 갈란드

#1 

 임인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다. 새해를 맞이할 때면 우리는 아쉬움보다 희망으로  설레인다. 한 해의 끝자락이 보이는 무렵이 되면 우리는 목마른 나그네가 되어있다. 고단한 나그네에게 '새해 첫 날'은 생기를 불어넣는 희망의 샘이다.     


 에피메테우스(나중에 생각하는 자)에게는 완벽한 여인 판도라가 있었다. 프로메테우스(미리 생각하는 자)가 경고했건만 이 둘은 결혼한다. 자고로 신화 속의 금기와 호기심은 재앙을 부르는 일란성 쌍둥이다. 완벽한 여인 판도라는 호기심을 주체못하고 금기의 상자를 열고 만다. 결국 상자 속에서 숱한 재앙, 고통, 불행들이 뛰쳐나와 버린다. 아뿔싸! 놀란 판도라가 급히 상자를 닫는 마지막 순간에 희망이 나왔다는 이야기다. 이 판도라 상자 이야기는 희망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상자에서 뛰쳐나온 희망은 어디로 갔을까? 비 개인 날이면 사라진 희망을 볼 수 있다. 비가 멈춘 맑은 하늘에 피어난 무지개. 희망은 무지개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푸른 허공 속에 피어난 무지개를 보면 반가운 미음이 일어난다.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쓱~하니 사라진다. 생의 희망으로 가득해진다.   

  

#2

 1939MGM 영화사에서 만든 <오즈의 마법사>는 오늘날 해리포터쯤 해당하는 판타지 뮤지컬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도로시가 노래한 <over the rainbow>100년 영화 음악사에서 으뜸이라고 평가받는다. 지금 보면 유치한 부분도 있지만, CG가 없던 당시를 고려해 볼 때 기념비적인 헐리우드의 명화이다.     


 회오리에 쓸려간 도로시는 신비한 오즈의 나라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마녀를 만난 도로시는 뇌가 필요한 허수아비(이성부족), 심장이 필요한 양철 나무꾼(감성부족), 용기가 부족한 사자(실천부족)와 함께 소망을 이루기 위한 모험을 떠났다. 결국 이들은 갖은 모험 끝에 소망을 이룬다. 한편 의식을 잃었던 도로시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고향 집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다. 도로시는 무지개를 타고 온 것이다     

 희망의 <over the rainbow>를 노래한 영화배우 주디 갈런드’. 하지만 정작 그녀에게의 무지개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십 대 때부터 엄마로부터 갖은 학대와 심지어 성상납까지 강요당했다고 한다. 그녀의 무지개는 검은빛이었다. ‘주디 갈런드5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듭했다. 결국 술과 약에 찌든 그녀는 47세에 무지개 너머로 가버렸다. 그녀에게 <over the rainbow>는 절망의 노래였다. 부디, 그녀가 무지개 너머 오즈의 나라에 도착해서 못다 한 소원을 이루길 바란다.     


#3

 혹시 이스라엘 까마까위도레를 알고 있는가? 그는 347kg의 하와이 원주민이다. 일명 IZ라 불린다. 거구인 그가 작은 우쿨렐레 앙증맞게 끼고 부른 노래가 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이다. <over the rainbow>의 새 버전인데,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그는 단 하나의 악기만으로 희망을 노래한다. 비록 그의 이름은 괴상하지만, 그의 노래는 희망과 평화로 가득하다. 듣다 보면 편안함으로 심신마저 나른해진다.     


 태평양에서 육중한 몸으로 무지개를 노래했던 이스라엘 까마까위도레1997년에 무지개 너머 가버렸다. 그의 장례식 날, 만여 명의 그곳 주민들이 바닷가에 모였다고 한다. 그의 유해가 바다에 뿌려지자, 주민들은 환호하며 바다에 뛰어들었다. 마지막 이별의 춤판이 시작된 것이다. 호접몽을 노래한 장자도 깜짝 놀랄만한 축제였다. 347kg의 하와이 원주민은 <Somewhere, over the rainbow> 노래하면서 무지개 너머로 갔다. 알로하(Aloha)! 이스라엘 까마까위도레!      



#4

 몇 해 전, 지독한 악운이 나를 찾는다기에 순천으로 줄행랑쳤다. 머리는 망치로 맞은 듯, 마음은 깨진 병과 철근으로 꽉 찬 더러운 기분이었다. 일부 목사님께서 “화개. 그냥 푹 숴. 아무 염려 말고”라고 위로하셨다. 몸은 낙원이건만, 마음은 ‘화탕지옥’을 벗어나지 못했다. ‘살다 보면 이런 때도 있겠지’라고 애써 마음을 다스려도 답답한 나날이었다.     


 순천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이곳 학생, 선생님들과 함께 와온 바다를 향해 걸었다. 이곳의 매일 아침 걷기는 불문율이다. 넋 빠진 허수아비처럼 걷고 있는데, 아이들의 환호성이 울린다. 순천만 하늘에 무지개가 활짝 피어난 것이다. 그것도 쌍무지개가 말이다. 눈물이 날 정도로 무지개가 고마웠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옆에 있던 목강 샘도 씩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물론 복잡했던 내 상황도 시간이 지나면서 무지개처럼 마무리되었다.  



#5

 고단한 삶을 마치고 무지개를 타고 간 ‘주디 갈란드’, 우쿨렐레를 끼고 노래하며 무지개 너머로 간 ‘이스라엘 까마까위도레’. <over the rainbow>는 노래한다. 무지개는 우리 곁에 있는 파랑새라고. 올 한 해, 나도 무지개를 찾아야겠다. 어디 한 번 도로시가 되어 볼까? 분명 오즈의 마법사가 도와줄 것이니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 over the rainbow >        

- Song by, Judy Garland -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저 높은 곳에, 자장가에 가끔 나오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어)....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저기 어딘가에, 무지개 너머에, 하늘은 푸르고 니가 감히 꿈꿔왔던 일들이 정말 현실로 나타나는 나라.) ....

“Somewhere over the rainbow, blue birds fly, Birds fly over the rainbow, Why, oh why can't I? (무지개 저 너머 어딘가에, 파랑새는 날아다니고, 새들은 무지개 너머로 날아가는 왜 나는 날아갈 수 없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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