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
단식은 틈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신성한 빛이 스며드는 몸의 통로다. 빛은 생명의 뿌리이며 영혼의 충전기이다. 배고픔을 잃은 시대에는 틈이 없다. 늦은 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면 온통 먹는 화면뿐. 하긴 대한민국은 새벽에도 기름진 음식이 배달되는 곳이 아니던가. 하여 신령한 빛은 갈 곳없어 거리를 맴돌 뿐이다.
오늘날 끼니는 배고픔을 잊었고 단지 때가 되면 찾는 반복 행위에 불과하다. 갖은 먹거리를 우리에게 베푼 자연의 은혜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터치 한 번에 ‘딩동!’ 놀라운 속도 음식 도착. 인스타에 올리는 화려한 요리. 나 이런 것도 먹어요. 그래서 행복해요. 우리는 식욕의 천국에 입주한 주민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배부른 돼지가 아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돼라' 했다. 생각의 힘과 식탐은 반비례요 식욕과 성욕은 정비례다. 손오공, 사오정과 함께 천축국을 향해 길 떠났던 돼지 저팔계를 생각한다. 저팔계가 겪은 81번의 수난은 본래 성품을 찾기 위한 순례길이었다. 한낱 돼지가 식욕과 색욕을 이기고 거룩한 보살이 되었다는 훈훈한 결론. 감각의 욕망을 끊어낸 돼지에게 박수를 보낸다.
길을 나선다. 8일간의 단식을 위해서. 툭하니 글이 떨어졌다 “등불 하나로 천년 어둠을 지운다(一燈能除千年暗)” 그리고 배고픔 속에 들려주신 당신의 말씀.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자는 어둠 속을 거닐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그렇구나! 나는 이곳에 빛을 쬐려 왔구나. 스물한 끼를 거르면서 몸과 마음에 틈을 만든다. 빈속에 생명의 빛을 영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