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뒤, 회사가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아직 이곳엔 사람이 있습니다
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선배님이 말했습니다.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이러고 나면(구조조정) 또 그만큼 뽑아”
선배님의 얼굴에는
‘신기하지? 분명 경영상 어렵다고 직원들 보고 나가라고 해놓고’
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저는 선배님만큼 살아보질 못해서,
많이 경험해보지 못해서
선배님만큼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내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죽고 못 사는 사이는 아니었어도 10년이 넘게 함께 일한 동료들이
어쩔 수 없어서 회사를 떠나는 하루하루가 참 차가웠습니다.
그 차가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마음의 추위였습니다.
‘어차피 세상이 그런 거지’
어쩌면 저도 이런 일을 더 겪고 나면 조금 더 그렇게 관망하며
내 살길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이 상황을 충분히 아파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종종 제 눈시울이 붉어지고,
콧등이 시큰해지는 것을 허락하려고 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라고 슬퍼하고 힘들어했던
순수했던 저의 기록을 이렇게 남기고자 합니다.
그리고 먼 훗날, 아무렇지 않게
'어 차피 세상이 그런 거지'
'사는 게 그런 거지'
라며 누군가의 비슷한 아픔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도록
'너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어'
라는 증거를 남기고자 합니다.
우리 회사는 지금 희망퇴직을 받고 있습니다.
곧 구조조정이 시작될 거라고 합니다.
혹자는
특정 방송인 때문이라고 하고,
혹자는 이래서 조직의 리더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이대로면
우리 회사는 두 달 뒤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아직 이곳엔 사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