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 #10 - 들국화, 매일 그대와
어떤 노래는 록 밴드의 곡이면서도 마치 연인에게 속삭이는 것처럼 부드럽다.
천 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 열 번째. 30년 넘게 사랑받는 소박한 행복의 노래,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이다.
[들국화-매일 그대와]
https://www.youtube.com/watch?v=YicHNyg1N9Q
1985년, 우리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들국화를 처음 만난 건 한참이 지난 후, 라디오에서였다. 록 음악이라는 장르가 아직 생소하던 시절, 이들의 음악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잡은 완벽한 밴드였고, 수많은 후배 뮤지션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주찬권, 최성원, 그리고 전인권. 이 세 사람이 만들어낸 음악적 조화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특히 전인권의 보컬은 폭발적이면서도 섬세하고, 거칠면서도 따뜻했다. 그런 그가 부르는 "매일 그대와"는 록 밴드의 대표곡 치고는 참 잔잔하고 서정적이다.
"매일 그대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매일 그대와 눈을 뜨고파"
록 밴드의 곡이라고 해서 거칠고 강렬하기만 할 거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뜨려버린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일상이 주는 소박한 행복을 이렇게 담담하게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곡을 신청하는 청취자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대부분 비슷했다. 결혼을 앞둔 연인들, 오래 사귄 커플들, 그리고 이미 함께 살고 있는 부부들까지. 모두 "매일 그대와"라는 제목처럼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들국화 1집에 실린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은 진정성이다. 화려한 수사도, 과장된 표현도 없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매일 그대와 도란도란 둘이서 매일 그대와 얘기 하고파"라는 가사에서 느껴지는 그 따뜻함이란.
들국화 특유의 포크와 록이 어우러진 기타 사운드도 일품이다.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고,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다. 그 위에 전인권의 담백하면서도 진심 어린 보컬이 더해져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곡이 많은 이들의 '인생 노래'로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노래가 나올 수 있을까 싶다. 복잡하고 화려한 것들이 넘쳐나는 지금, 이렇게 단순하고 소박한 행복을 노래하는 곡이 과연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지만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는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준다. 어떤 감정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밤늦은 시간 이 곡을 들으면서 생각해본다. 매일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들국화가 1985년에 던진 이 메시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매일 그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 소박한 꿈이 가장 큰 행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