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피디의 이븐한 음악 일기 #24-송창식, 담배가게 아가씨
일상에서 발견한 특별함
구멍가게 한 켠에 담배를 파는 작은 공간. 그곳에 예쁜 아가씨가 있다면? 상상만 해도 온 동네가 들썩거릴 일이다. 1970년대 그런 풍경을 노래로 만든 사람이 있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이야기로 바꾸는 마법 같은 능력. 그게 바로 진짜 아티스트의 색깔이 아닐까. 오늘은 동네 청년들의 설렘을 유쾌하게 담아낸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송창식 - 담배가게아가씨]
https://www.youtube.com/watch?v=41MRujGpU48
송창식이라는 독특한 존재
1960년대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송창식은 한국 가요계의 이단아였다. "왜 불러", "고래사냥", "우리는" 같은 곡들로 기존의 틀을 깨뜨리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의 음악은 항상 예측 불가능했다. 진지한 듯하다가 갑자기 유머러스해지고, 슬픈 듯하다가 희망적으로 바뀌고. 이런 변화무쌍함이 송창식 음악의 매력이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되, 그것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천재적인 감각 말이다.
일상을 노래로 만드는 마법
"담배가게 아가씨"는 송창식의 관찰력이 빛나는 곡이다. 동네 담배가게라는 평범한 소재를, 온 동네 청년들의 로맨스로 바꿔놓았다.
"우리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짧은 머리 곱게 빗은 것이 정말로 예쁘다네"
이 가사만 들어도 그 시절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짧은 머리를 곱게 빗은 아가씨, 그 모습만으로도 온 동네가 설레는 시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수했던 시절이다. 다른 작곡가들이라면 "사랑", "그리움", "이별" 같은 거창한 주제를 택했을 텐데, 송창식은 담배가게 아가씨를 선택했다. 이게 바로 그만의 색깔이다.
"기웃기웃기웃"의 절묘한 표현. 이 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너도나도 기웃기웃기웃"이라는 표현이다. 담배가게 주변을 서성이는 청년들의 모습을 이보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기웃거린다"는 표현을 "기웃기웃기웃"으로 늘려서 리듬감까지 살린 것은 송창식만의 센스다. 단순한 반복이지만 그 안에 청년들의 설렘과 어색함이 모두 담겨있다. 이런 언어적 감각이야말로 송창식의 진짜 무기였다. 남들이 쓰지 않는 표현을 쓰되, 그것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생생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능력.
새침떼기와 꼴뚜기의 세계
새침떼기, 꼴뚜기, 딱지를 맞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들이지만, 그 시절에는 일상적인 언어였다. 송창식은 이런 생생한 언어로 그 시대의 공기를 그대로 담아냈다. 아가씨는 새침떼기고, 청년은 꼴뚜기고, 고백은 딱지 맞는 일이었던 시절. 지금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료했던 연애의 풍경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송창식이 이런 표현들을 촌스럽다고 여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 안에서 정겨움과 친근함을 발견했다. 이게 바로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티스트의 시선이다.
해학과 진정성의 절묘한 조화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는 겉으로는 웃기지만 속으로는 진지한 곡이다. 동네 청년들의 풋풋한 사랑을 비웃는 것이 아니라, 그 순수함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있다. 이런 시선이 송창식 음악의 특징이다. 비웃지 않고 함께 웃고, 비판하지 않고 따뜻하게 관찰한다. 그래서 그의 유머는 상처주지 않고 위로가 된다. 상업적으로 계산된 웃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웃음. 이런 진정성이 5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곡이 사랑받는 이유다.
변해가는 동네 풍경, 변하지 않는 마음
지금은 담배가게 아가씨를 만나기 어렵다. 편의점이 담배가게를 대신했고,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했다. 직접 만나서 기웃거리는 대신 SNS에서 좋아요를 누른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그 앞에서 어색해지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수십 년이 흘러도 "담배가게 아가씨"가 여전히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감정을 포착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이게 진짜 아티스트가 하는 일이다.
나만의 색깔을 찾는 법
송창식이 "담배가게 아가씨"로 보여준 건 단순하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순간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 거창한 주제가 아니어도,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 송창식은 그것을 평생에 걸쳐 해낸 사람이다. 이런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아티스트의 조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