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를 내려놔야하나
경상도 시어머니와 서울 며느리의 공동육아기록
어머님께서는 욕심이라고 하셨지만 아이를 엄마인 제가 있는 곳에서 돌보고 싶다는 마음이 욕심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것, 아무리 상황이 어렵지만 어머님도 엄마이기도 하신데 저만한 애를 떼놓는 게 쉽이 않다는 걸 아실 거라는 점. 물론 어머님께서 데려가셔도 잘 봐주시겠지만 이건 어머님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점. 그리고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어릴 적 부모님께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이모 댁에 저를 맡기셨는데 셋 중에 내가 덜 중요해서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내 속상했었다는 점. 그래서 아무리 어려워도 제 새끼는 제가 데리고 키우고 싶다는 점.
"그래서 어머니, 염치없지만 이 일은 제가 이렇게 부탁을 드리면 안 될까요?"
다부진 마음을 먹고 조근조근 어머님께 말씀을 드리고 보니 어머님의 눈에 살짝 눈물이 맺혀있었다. 눈가를 훔치시며 어머니는
"어제는 아직 아가 어리고 기억을 못 하니까 어떻게든 이 상황을 가족들이 수월하게 지나가 보자는 마음으로 며느리한테 말을 한 건데 너거 반응을 보며 그렇게만 볼게 아니구나 싶더라. 그리고 나도 엄만데 알아요. 그게 쉽겠나. 또 며느리한테 그런 일도 있었다카고. 내가 괜히 니 마음을 쓰게 한 거 같아 미안타"
...
순간 코가 시큰해지고 눈언저리가 뜨거워졌다.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끝내기에는 뭔가 이상하게 죄책감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입을 뗐다.
"혹시 어머님께서 내려가고 싶은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신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어머님은 잠시 날숨을 내쉬고 숨을 고르셨다. 그리고 고민에 잠기신 모습으로 다시 말을 이어가셨다.
"사실은 너거 시아버지가 나이도 있는데 혼자 저 카고 있는 것도 마음이 쓰이지만 매주 서울서 구미 운전해서 다니는 것도 나가(나이가) 들어서인지 몰라도 힘이 들긴 해요. 그리고 그것도 경비가 만만찮터라... 나도 너거 집에 올 때는 너거가 나로 인해서 편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좋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그게 참 생각보다... 버겁다"
'아...'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매주 장거리 운전을 하시는 어머님의 피곤함을 짐작하긴 했지만 진지하게 헤아리진 못했다. 그런데 돈 이야기는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사실 남편은 지금 꽤 비싼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건 어머님도 알고 계셨고, 그런 상황에 대해서 미안해하기도 하셨다. 그래서 돈 이야기는 솔직히 예상 못했지만 서운한 마음을 추스렸다.
하긴 우리가 매달 드리는 돈은 급여라고 하기엔 좀 적긴 하다. 더구나 한 달에 네 번 서울과 구미를 오가는 기름값, 경비, 매주 두 손 가득 들고 오셨던 고기, 야채, 채소, 과일 비닐봉지 , 종종 짜장면이며 통닭이며 어머님은 배달음식도 꽤 계산하셨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계산을 하고 있는데 어머님은 이내
"너거 생각이 그렇다면 나만 희생을 하면 돼요. 안 가는 것 같아도 1년 금방 가요"
라며 어머니는 웃으셨다.
'아... 어머니 1년이 아닐 수도 있어요ㅜㅠㅜㅠㅜㅠ'
나도 멋쩍게 어머님을 따라 웃었다. 돈은 남편과 상의해서 좀 더 늘려볼 수 있다. 그런데 운전은? 코로나 시국에 대중교통은 위험하고, 대신 운전해 줄 사람도 없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지금은 내가 모성애를 내려놔야 하는 때인가? 아버님, 어머님 고생을 모른 척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차마 애는 못 보내겠고. 어머님과 대화는 끝났지만 고민까지 끝낼 수 없는 주제였다.
마음이 답답하고 쫓기는 듯하였다. 이럴 때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한 곳뿐이었다.
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