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의 노트
"미안해. 준수야. 그렇게는 어려울 것 같아."
미나의 말에 준수의 얼굴이 굳어졌다.
"내 노트 돌려줘. 이게 널 위한 일이기도 해. 정말 미안해."
미나는 더 이상 예전의 미나가 아니었다. 준수를 똑바로 바라보는 미나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딩동댕동 딩동댕동~"
다시 한번 종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었다.
"일단...교실로 가자."
준수가 먼저 일어섰다. 미나도 따라 일어났다.
"그 노트..."
"지금은 없어. 교실에 두고 왔어."
준수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하지만 미나는 준수가 메고 있는 가방을 힐끗 쳐다봤다. 가방이 미묘하게 불룩해 보였다. 어쩌면 그 안에 노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수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것 같았다. 당연했다. 엄마의 건강이 걸린 문제였으니까.
미나는 준수를 다그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말했다.
"알겠어. 나중에 줘."
준수가 잠깐 미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말없이 각자의 교실로 향했다.
교실로 돌아온 미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 아이들이 웅성거렸지만 미나의 귓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준수가...동의해 줄까?'
미나는 계속 그 생각뿐이었다. 엄마의 건강이 걸린 문제인데, 준수가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미나는 준수를 믿고 싶었다. 아침에 봤던 준수의 눈빛, 해나와의 대화에서 보여준 준수의 모습. 준수는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준수는...결국 옳은 선택을 할 거야. 나는 그렇게 믿어.'
미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수업이 시작됐지만 미나는 전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미나는 계속 준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미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미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준수에게 긴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준수야. 아까는 제대로 설명을 못 한 것 같아서 메시지 보내.
그 노트를 준 할머니. 할머니가 말하길, 그 노트를 불태우면 노트에 적었던 소원이 전부 없던 일이 된대. 그게 유일한 방법이래. 그런데 노트를 태우려면 노트에 소원을 썼던 사람들이 모두 동의를 해야 한대.
나는 이미 동의했어. 내가 쓴 소원 때문에 최수빈이 몇 달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병원에 누워서. 최수빈이 나한테 못되게 굴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되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 때문에 그 애가 고통받고 있는 거야.
할머니가 그러더라. 지금까지 그 노트를 가진 사람들은 결국 노트를 없애지도, 행복한 인생을 살지도 못했대. 결과만 좋으면 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네가 그렇게 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노트로 이룬 것들은 진짜가 아니야. 나도 그랬거든. 전교 1등이 됐을 때 전혀 기쁘지 않았어. 오히려 더 불안하고 두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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