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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선택

미나의 노트

by 꼬르륵


미나는 준수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처음 노트를 주웠을 때는 그저 단순한 노트인 줄 알았다고. 그런데 미안하지만 우연히 미나가 적은 내용들을 보게 됐다고. 전교 1등이 되고 싶다는 소원, 예뻐지고 싶다는 소원, 그리고 최수빈의 이야기까지...다른 건 몰라도 최수빈이라는 아이가 몇 달 전부터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고, 갑자기 미나의 성적이 오른 게 신기했다고. 그러다 편의점에서 밤중에 일하다 우연히 노트에 사소한 소원을 써 봤고, 그대로 이루어졌다고. 그리고 오늘 아침, 병원에 있는 엄마가 이제 아프지 않다고 병원과 퇴원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오랜만에 동생이 엄마 없이 혼자 학교 갈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눈물이 났다면서...준수는 잠시 울컥했다. 아버지도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얼마 전부터 무릎이 안 좋은 것 같다며...노트에 적힌 대로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준수는 말했다.


"미안해. 내 마음대로 네 노트에 그런 소원을 적어버려서..."


미나는 할 말이 없었다. 사실 미나 스스로 노트의 주인이 나인데 왜 마음대로 쓰냐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미나에게 그 노트는 훔친 물건처럼 정이 가지 않는 물건이었다. 그 노트로 이룬 소원들이 애초에 미나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 아니기에.


"너무 놀랍고 대단해서 너에게 말하지 않고 내가 갖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준수가 말했다. 맞다. 그럴 만하다. 미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준수는 어쩐지 미나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미나는 어쩌면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준수가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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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들풀 같으나 은근히 강한 사람,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대화를 배우는 사람, 라디오와 음악으로 기쁨과 위로를 주고 싶은 사람 입니다. 건강하고 무해한 글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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