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의 노트
그날 오후, 미나는 교실에 돌아와서도 수업에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미나는 계속 준수만 생각했다.
'준수가... 동의해 줄까?'
수업이 끝나자마자 미나는 채린을 찾았다.
"채린아."
"어, 미나야. 어떻게 됐어? 노트는?"
복도에서 마주친 채린이 급하게 물었다.
"준수가... 준수도 노트에 소원을 썼대."
"뭐?"
채린의 눈이 커졌다. 미나는 채린을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 준수의 엄마가 아프다는 것, 아빠가 억울하게 해고됐다는 것, 그래서 준수가 노트에 소원을 썼다는 것까지.
"그럼... 준수가 동의하지 않으면?"
채린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수빈이는..."
미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준수한테 연락해봤어?"
"아직... 시간을 달라고 해서..."
"미나야, 우리가 먼저 연락하자. 준수 혼자 고민하게 두면 안 돼."
채린이 단호하게 말했다.
"어떻게?"
"직접 만나. 준수 집 알아?"
"응, 알긴 하는데..."
"그럼 가자. 지금."
채린이 미나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서둘러 학교를 나섰다. 준수의 집은 학교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었다. 미나는 예전에 준수의 동생 ‘미나’에게 들어서 우연히 알게 됐었다.
“염성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리면 보이는 빨간 벽돌 집이 우리 집이에요. 나중에 언니 놀러와요”
준수의 동생, 작은 미나가 지난번 편의점에서 함께 놀며 미나에게 해맑게 말했었다. 버스 안에서 미나는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준수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미나야, 너무 걱정하지 마. 준수는 좋은 애야. 분명히 옳은 선택을 할 거야."
채린이 미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도... 준수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 거 아니야. 엄마가..."
"그래. 힘들겠지. 그래서 우리가 함께 있어줘야 하는 거야. 준수 혼자 감당하게 두면 안 돼."
두 사람은 준수의 집 근처에 내렸다. 낡은 빌라 건물들이 늘어선 골목이었다. 미나는 준수가 사는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야?"
"응..."
미나와 채린은 준수의 집 문 앞에 섰다. 미나는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잠시 망설였다.
"괜찮아. 눌러."
채린이 미나를 격려했다. 미나는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안에서 어린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준수의 동생인 것 같았다.
"저... 준수 친구인데요. 준수 있어요?"
"잠깐만요!"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역시나 미나가 문을 열고 서 있었다.
"오빠! 언니들이 찾아왔어!"
동생이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잠시 후 준수가 나타났다. 준수는 미나와 채린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미나야? 채린이도?"
"어... 안녕.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미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올래? 아니면 밖에서..."
"밖에서 이야기하자."
채린이 먼저 말했다.
준수는 동생에게 금방 돌아온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왔다. 세 사람은 빌라 근처 작은 공원으로 걸어갔다. 낡은 그네와 벤치가 있는 조용한 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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