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쉽지 않은 선택

미나의 노트

by 꼬르륵


미나와 채린은 서둘러 학교로 돌아왔다. 물론 담임선생님들과 놀란 엄마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에 혼나느라 오전 내내 수업은 들을 수조차 없었다.

다른 말할 거리도 없고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었던 미나와 채린은 최대한 진지한 얼굴로 거짓말을 했다. 학교를 오는 길에 너무 하늘이 예뻐서, 나무가 예뻐서, 그래서 그냥 공원을 무작정 걷고 싶었다고. 둘이 산책하고 왔노라고.

미나와 채린의 말을 들은 선생님들의 어이없다는 표정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담임선생님은 한참을 말없이 두 아이를 바라보다가 한숨만 푹 쉬었다.

"너희 둘 다 요즘 무슨 일 있니?"

"아니요..."

"없어요..."

"그럼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알았지?"

"네...“

”아참, 미나 안그래도 너한테 이거 주려고 오라고 했었는데 깜빡했다. 해나랑 토론 대회 나갈거라매“

선생님이 토론대회 대비용 책들을 미나에게 건넸다. ‘정지소 말대로 날 진짜 찾으셨구나....’ 교무실을 나오며 미나와 채린은 서로를 바라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미나가 교실에 들어갔을 때 정지소와 눈이 마주쳤다. 지소는 차가운 눈빛으로 미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미나는 뒤통수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아침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지소의 가방을 보겠다고 우겨댔던 일, 사람들 앞에서 소리를 질렀던 일. 미나는 지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소는 노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나는 일주일 내내 지소를 의심하고 감시했다.

'나중에 사과해야겠다.'

미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준수를 만나 노트를 돌려받는 것.

사실 미나는 창피해서라도 학교로 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빨리 준수를 만나 노트를 돌려받아야 했다. 그래서 미나는 준수에게 점심시간에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답장을 보내둔 상태였다.

오전 수업 내내 미나는 시계만 쳐다봤다. 준수는 노트를 열어봤을까. 그 안에 적힌 내용들을 봤을까. 미나는 생각할수록 불안했다.

드디어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미나는 급식실로 향하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준수와 만나기로 한 후관 뒤편 벤치로 향했다.

준수는 이미 벤치에 나와 있었다. 어쩐지 아침 일이 떠올라 다시 창피함이 몰려왔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준수가 미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침에 본 일에 대해서는 괜찮다는 듯이. 미나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배고플 텐데, 점심 안 먹어도 괜찮아?"

"어... 나는 괜찮은데 나 때문에 미안..."

미나가 멋쩍게 대답했다.

"아니야. 나 마침 어제 편의점에서 챙겨 온 샌드위치가 있거든. 너도 먹을래?"

준수가 가져온 가방을 뒤적이며 다정하게 말했다.

"아아니, 나는 괜찮아..."

미나가 손사래를 쳤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노트를 받았다가는 체할 것 같았다. 얼른 노트만 돌려받고 미나는 교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야 준수도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노트를 이미 열어봤으면 어떻게 하지....'

미나가 눈을 들어 준수의 표정을 살폈다. 준수가 미나와 눈이 마주치자 잠깐 당황한 듯하더니 미나에게 말했다.

"앉아서 이야기할까?"

"응..."

그렇게 미나와 준수는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준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가방에 손을 넣었다가 다시 빼고, 입을 열었다 다시 다물었다. 무언가 말하기 어려운 게 있는 것 같았다.

"있잖아. 미나야. 그 노트..."

"어! 안녕, 미나야, 안녕, 준수."

어디서 나타난 건지 미나와 준수가 앉은 벤치 앞에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해나였다.

"마침 여기서 딱 만나네! 안 그래도 토론 대회 나가는 걸로 이야기 좀 하고 싶었는데."

해나가 자연스럽게 준수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한테 이야기 들었지? 사실 미나한테 너한테 물어봐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미나가 워낙 바쁜 것 같더라고..."

해나가 미나를 쳐다봤다. 어쩐지 눈빛이 서늘했다.

"그래서 내가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선생님이 너도 나가는 걸로 알겠다고 하셨어."

"아, 안 그래도 그거 일단 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으니까 지원자를 받아보시면 어떠냐고 말씀드렸어."

준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지원자들 면접을 보셔서 학교 대표를 뽑는 게 맞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렇게 하면 선생님들이 일이 많아지고 이미 정해진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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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들풀 같으나 은근히 강한 사람,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대화를 배우는 사람, 라디오와 음악으로 기쁨과 위로를 주고 싶은 사람 입니다. 건강하고 무해한 글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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