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의 노트
미나와 채린은 서둘러 학교로 돌아왔다. 물론 담임선생님들과 놀란 엄마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에 혼나느라 하루 종일 수업은 들을 수조차 없었지만. 다른 말할 거리도 없고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었던 미나와 채린은 학교를 오는 길에 너무 하늘이 예쁘고 나무가 예뻐서 그냥 공원을 무작정 걷고 싶었다고. 그래서 둘이 산책하고 왔노라고. 그렇게 둘러댔다. 미나와 채린의 말을 들은 선생님들의 어이없다는 표정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구나 미나가 교실에 들어갔을 때 차가운 정지소의 시선에 미나는 내내 뒷통수가 뜨거웠다.
사실 미나는 창피해서라도 학교로 오고 싶지 않았지만 빨리 준수를 만나 노트를 돌려받고 싶었다. 그래서 미나는 준수에게 점심시간에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해둔 상태였다.
드디어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미나는 급식실로 향하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준수와 만나기로 한 벤치로 향했다. 준수는 이미 벤치에 나와 있었다. 어쩐지 아침 일이 떠올라 다시 창피함이 몰려왔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준수가 미나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침에 본 일에 대해서는 괜찮다는 듯이. 미나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배고플 텐데, 점심 안 먹어도 괜찮아?"
"어....나는 괜찮은데 나 때문에 미안...."
미나가 멋쩍게 대답했다.
"아니야. 나 마침 어제 편의점에서 챙겨온 샌드위치가 있거든. 너도 먹을래?"
준수가 가져온 가방을 뒤적이며 다정하게 말했다.
"아아니, 나는 괜찮아..."
미나가 손사래를 쳤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노트를 받았다가는 체할 것 같았다. 얼른 공책만 돌려받고 미나는 교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야 준수도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노트를 이미 열어봤으면 어떻게 하지....' 미나가 눈을 들어 준수의 표정을 살폈다. 준수가 미나와 눈이 마주치자 잠깐 당황한 듯하더니 미나에게 말했다.
"앉아서 이야기할까?"
"응..."
그렇게 미나와 준수는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있잖아. 미나야. 그 노트..."
"어! 안녕, 미나야, 안녕, 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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