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에세이 Chapter.6
2020년과 2021년, 나는 코로나 시국에 연년생 남매를 낳았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자제하던 시절, 테이블 인원 제한으로 자영업자들 입에서 곡소리가 나던 그 시절. 나는 행여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릴세라 1년 8개월 동안 밖을 거의 나가지 않고, 아이들의 대소변을 씻기고 기저귀를 갈며 살았다. 그렇게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어쩌다 TV 속 화려한 여자들을 볼 때면 나는 도태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느낌에 불안했다.
그리고 어느 날, 첫째가 숟가락을 놓치는 바람에 다 흘린 이유식을 보며 '와, 나 이제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야?', '회사 끝나면 애 보고, 애 보다가 회사 가고 그러다 퇴직하고 그런 거야?'라며 현타가 왔다. 그렇게 우울의 늪을 헤매던 어느 날, 나는 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렇게라도 해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서 시작했다. 종이를 펴거나 노트북을 켤 엄두도 못 냈다. 그저 휴대폰을 열고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창에 내 감정을 토해냈다. 한때 시어머니와 한집에 살며 아이를 돌본 이야기, 나를 일으킨 아이의 말 한마디, 남편 뒷담화(?) 와 칭찬, 나의 엄마 이야기.
큰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정말 살고 싶어서, 나라도 나를 칭찬하고 싶어서 쓴 거였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쌓이다 보니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고 싶어졌고, 내가 올린 이야기를 읽은 이들의 응원과 조언을 듣게 됐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읽고 '나도 그래요'라는 댓글 하나만 달아도 그날 하루가 썩 재미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쓴 글의 조회수가 천을 넘어 만을 넘기 시작하고, 나보다 앞서 엄마가 된 이들이 응원을 보내왔다. 그렇게 또 글을 쓰고, 댓글을 읽고, 또 쓰기를 반복하다 보니 육아 플랫폼에서 연재를 제안받기도 하고,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글을 묶어 책을 냈다. 표지에는 내 이름이 '저자'로 박혀 있었다. "작가님 덕분에 제가 이상한 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책을 읽고, 어릴 때 집을 나간 엄마에게 용기 내 연락을 했어요"라는 절절한 후기를 받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계속 글을 써 봐야겠다’고 조용하지만 다부진 결심을 했다. 내가 살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가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쓸 이유는 충분했다.
그렇게 계속 쓰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나를 '작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방송국에서 수 많은 작가님들을 만난다. 하지만 나를 소개하는 부제는 '워킹맘 작가', '육아 에세이스트'라는 말이 늘 따라온다. 그런데 묘하게도 나는 내가 낯선 장르의 작가인 게 썩 마음에 든다. 아이를 낳고 난 직후, 매인 삶이 되었다고, 뻔한 미래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만들어 준 일상은 나에게 또 다른 커리어를 선물했다. 기저귀를 갈던 손으로 펜을 잡고, 동화를 읽어주던 입으로 인터뷰를 하고, 아이를 재우고 켜는 노트북 화면 앞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엄마의 커리어는 아이를 낳았다고 끝나지 않는다고. 누가 알아주든 말든, 나만의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커리어의 확장이라는 걸. 그러니 지금 기저귀를 갈고 있는 당신도, 아이 밥을 차리는 당신도, 그 손으로 뭐든 해보면 좋겠다. 꼭 대단한 결과가 아니어도 괜찮다.
엄마가 된다는 건 끝이 아니라, 나를 다시 발견하는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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