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여, RUN RUN!

라이트 에세이 Chapter.4

by 꼬르륵


2201_1091701_1_KOR_20251105171739.jpg?AR=0&RS=659



매일 아침 오전 8시 57분. 나는 지난 3월부터 아이들을 유치원 버스에 태워보내기 시작했다. 육아기단축근무 덕분에 오전 10시 출근이 가능해졌다. 버스 앞에서 만나는 엄마들과의 2~3분은 짧지만 굵직한 정보들이 오가는 시간이다. "이번 주 목요일에 소풍 갈 때 도시락 싸서 보내는 거 취소된 거 맞죠?" "네, 맞아요! 날씨 때문에 유치원에 돌아와서 점심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아싸, 다행이다."

어떤 날은 해방감에 엄마들도 아이처럼 웃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서로의 건강을 걱정해주기도 한다. 늘 생기넘치던 엄마들의 얼굴이 부쩍 어두워진 날은 다 이유가 있다.
"아, 제가 어제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하지정맥류인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요." "저도 감기몸살에 걸렸는데 이번에는 진짜 잘 안 낫네요. 일주일째인데." 그렇게 서로 아픈 이야기를 하다가 서둘러 후다닥 돌아간다. 돌아서며 짓는 웃픈 마무리는

'마흔 넘으니 체력이 옛날같지 않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라는 것.

1063_1091721_1_KOR_20251105171804.jpg?AR=0&RS=659



그래서 나는 살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친절하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다.
안 그래도 '저질 체력'에 운동하는 습관도 없는 터라 쉽진 않았다. 하지만 두 가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어렴풋이 밀려오는 현기증에 잠시 의자에 앉았다. 그 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눈을 떠보니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괜찮으세요?", "물 좀 갖다드릴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묻고 있었다. "네..... 괜찮아요..."

아가씨 때도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남편이 달려와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해줬고, 어쩐지 로맨틱한 기분에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줌마가 되고 쓰러져보니 다른 느낌이었다. 공공장소에서 애 둘 엄마가 대자로 누워있자니 민망함이 밀려왔다. "당신 진짜 운동 좀 해. 내가 헬스장 끊어줄게." 남편의 성화에 찾아간 헬스장에서 나는 또 한번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회원님은 진짜 올해가 마지노선이에요. 올해 아니면 근육 못 만들어요."
구릿빛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스럽게 뽐내는 트레이너님 앞에서 나는 웃어보였지만, 위기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그때부터 나는 냅다 런닝머신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2181_1091741_1_KOR_20251105162634.jpg?AR=0&RS=659


처음에는 30분도 못 뛰고 내려왔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30분 달리기는 거뜬하고, 무엇보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헉헉대지 않게 됐다.
기초체력이 붙자 다른 운동도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게 된 게 수영과 한강달리기다. 수영은 전날 런닝을 하고 안 하고에 따라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어떤 날은 누가 나를 밀어주는 느낌이 드는데
그건 바로 '어제의 나'다. 어제 열심히 뛴 내가 오늘 물살을 가르는 나를 밀어주는 느낌.
너무나 상쾌하다. 한강 러닝도 매력적이다. 한강 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뛰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일들이 단순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 아이들을 등원시킬 때 바로 달리기를 하기 위해 런닝화에 긴 러닝 양말, 모자, 운동복까지 갖춰 입고 나갔다.

"운동하러 가시나 봐요?" "네, 날이 좋아서 좀 뛰려고요."
요즘 부쩍 춥고 목이 자주 아프다던 친구 엄마의 얼굴이 유난히 피곤해 보였다. 나를 보는 눈 빛에서 살짝 자극받은 기색을 느낀 건 나만의 착각일까. 아니, 자극받으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 친구 엄마도, 다른 엄마 모두.
왜냐하면 엄마의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리고 엄마의 행복도 체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러니 엄마들이여, RUN RUN!

2141_1079762_1_KOR_20251027101850.jpg?AR=0&RS=720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천효진 작가와 굿웨어몰에 있으며, 콘텐츠 협약에 따라 공동 제작되었습니다.

사전 동의 없는 사용·복제를 금합니다.

https://www.goodwearmall.com/mgz/29381/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