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에세이 Chapter.4
매일 아침 오전 8시 57분. 나는 지난 3월부터 아이들을 유치원 버스에 태워보내기 시작했다. 육아기단축근무 덕분에 오전 10시 출근이 가능해졌다. 버스 앞에서 만나는 엄마들과의 2~3분은 짧지만 굵직한 정보들이 오가는 시간이다. "이번 주 목요일에 소풍 갈 때 도시락 싸서 보내는 거 취소된 거 맞죠?" "네, 맞아요! 날씨 때문에 유치원에 돌아와서 점심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아싸, 다행이다."
어떤 날은 해방감에 엄마들도 아이처럼 웃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서로의 건강을 걱정해주기도 한다. 늘 생기넘치던 엄마들의 얼굴이 부쩍 어두워진 날은 다 이유가 있다.
"아, 제가 어제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하지정맥류인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요." "저도 감기몸살에 걸렸는데 이번에는 진짜 잘 안 낫네요. 일주일째인데." 그렇게 서로 아픈 이야기를 하다가 서둘러 후다닥 돌아간다. 돌아서며 짓는 웃픈 마무리는
'마흔 넘으니 체력이 옛날같지 않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라는 것.
그래서 나는 살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친절하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다.
안 그래도 '저질 체력'에 운동하는 습관도 없는 터라 쉽진 않았다. 하지만 두 가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어렴풋이 밀려오는 현기증에 잠시 의자에 앉았다. 그 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눈을 떠보니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괜찮으세요?", "물 좀 갖다드릴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묻고 있었다. "네..... 괜찮아요..."
아가씨 때도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남편이 달려와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해줬고, 어쩐지 로맨틱한 기분에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줌마가 되고 쓰러져보니 다른 느낌이었다. 공공장소에서 애 둘 엄마가 대자로 누워있자니 민망함이 밀려왔다. "당신 진짜 운동 좀 해. 내가 헬스장 끊어줄게." 남편의 성화에 찾아간 헬스장에서 나는 또 한번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회원님은 진짜 올해가 마지노선이에요. 올해 아니면 근육 못 만들어요."
구릿빛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스럽게 뽐내는 트레이너님 앞에서 나는 웃어보였지만, 위기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그때부터 나는 냅다 런닝머신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0분도 못 뛰고 내려왔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졌다. 이제는 30분 달리기는 거뜬하고, 무엇보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헉헉대지 않게 됐다.
기초체력이 붙자 다른 운동도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게 된 게 수영과 한강달리기다. 수영은 전날 런닝을 하고 안 하고에 따라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어떤 날은 누가 나를 밀어주는 느낌이 드는데
그건 바로 '어제의 나'다. 어제 열심히 뛴 내가 오늘 물살을 가르는 나를 밀어주는 느낌.
너무나 상쾌하다. 한강 러닝도 매력적이다. 한강 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뛰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일들이 단순하게 느껴진다. 며칠 전, 아이들을 등원시킬 때 바로 달리기를 하기 위해 런닝화에 긴 러닝 양말, 모자, 운동복까지 갖춰 입고 나갔다.
"운동하러 가시나 봐요?" "네, 날이 좋아서 좀 뛰려고요."
요즘 부쩍 춥고 목이 자주 아프다던 친구 엄마의 얼굴이 유난히 피곤해 보였다. 나를 보는 눈 빛에서 살짝 자극받은 기색을 느낀 건 나만의 착각일까. 아니, 자극받으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 친구 엄마도, 다른 엄마 모두.
왜냐하면 엄마의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리고 엄마의 행복도 체력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러니 엄마들이여, RUN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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