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에세이 Chapter.7
"그노므 도와준단 소리 좀 그만해라 진짜"
방송 준비에 여념이 없던 어느 날, 여성 출연자들과 잠시 생방송에 들어가기 전 사는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서 그런지 짧은 시간에도 어김없이 '육아'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그날은 남편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이 셋을 키우는 한 출연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그노므 도와준단 소리 좀 그만해라 진짜"
마치 배우자를 눈앞에 둔 것 같은 살아있는 문장에 우리 모두 박장대소를 하고야 말았다. 물론 남편들도 힘들다는 걸 안다. 우리 남편만 해도 아빠들의 육아휴직과 돌봄휴가가 익숙하지 않은 회사 문화 속에서 마음껏 휴가도 쓰지 못하고, 내가 공휴일에 생방송을 할 때는 혼자 육아를 전담하기도 한다. 그러니 나까지 눈에 불을 켜고 가담하긴 뭐한 남편들 뒷담화였지만, 그래도 한 가지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도와준다'는 그 말, '나 정도면 많이 도와주지 않냐'는 그 태도였다. 도와준다는 말은 원래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을 희생해서 해줄 때 쓰는 말인데, 애초에 육아가 왜 엄마의 일인 양 그런 태도를 취하냐는 것이었다.
언젠가 남편이 평소보다 퇴근이 늦어진 날, 연락도 뒤늦게 된 적이 있었다. 일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깐, 몇 초만이라도 상황을 알리고 아이들을 혼자 돌보며 정신없을 내게 양해를 구할 수 없었을까.' 처음이라 넘어갔지만, 그 후 몇 차례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나는 깨달았다. 남편은 자기가 늦더라도 아내가 평소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서 밥을 먹거나 놀고 있을 것을 알기에, 나처럼 퇴근을 못 하면 기다릴 아이들 생각에 발을 동동 거릴 일이 없는 것이다.
그때 나는 나와는 다른 무게감으로 현실을 살고 있는 남편에게 질투와 화가 났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더 화가 난 이유는 내가 육아를 더 많이 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남편의 태도, 그 시간에 육아를 하고 있을 배우자를 잊은 그 태도 때문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공동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동료가 말도 없이 업무 시간에 늦고, 왜 늦는지, 언제까지 늦는 건지 이해도 구하지 않는다면? 속으로 비매너라고 생각하고, 두 번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육아도 부모로서 부부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인데, 이런 식으로 하면 화나지 않겠어?" 다행히 남편은 그날 진심으로 공감했고, 그 후로 퇴근이 늦어지는 일은 있어도 양해를 구하는 일만큼은 빠트리지 않았다.
누가 보면 내가 너무 빡빡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가족끼리 더 예의를 지켜야 할 부분이 바로 육아인 것 같다. 한 사람에게만 과중하게 일이 몰리면 결국 가정의 평화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사회생활을 할 때 동료에게 매너와 선을 지키듯이 육아를 할 때도 배우자에게 매너와 선을 지키는 것. 한마디로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각자의 몫을 인정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육아에 임하는 태도를 정했고, 종종 치킨을 시켜 회식을 한다. 아이들이 옆에서 순살치킨을 열심히 먹는 동안 탄산음료로 건배를 하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연신 고개까지 숙이며 서로에게 건네는 그 한마디가 우리를 원팀으로 만든다.
육아라는 긴 여정을 함께 가는 동료로서, 오늘도 우리는 '치얼스' 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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