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최소한'만 있다면

라이트 에세이 Chapter.8

by 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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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우리 집에 우렁각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몇 년 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돌아올 때면 현관문을 열며 내가 내뱉는 말이었다. 간밤에 입은 옷과 둘째의 기저귀, 먹다 남은 음식, 그릇들. 문을 열면 치열했던 아침의 흔적. 거기다 남편이 퇴근하려면 아직 한 시간 반. 나는 아이들에게 대충 장난감을 쥐어주고 부엌 싱크대 앞에 서곤 했다.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두 다리에 뻐근함이 느껴지며 왜 아이들 등하원은 나의 몫이 되어야 하는지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설거지를 할 때, 싱크대 위 작은 창문으로 아파트 아래 도로가 보였다. 길이 막혀 터벅터벅 나아가는 차들의 불빛. 신기하게도 그 광경을 보니 '나는 집에 도착해서 옷이라도 편하게 갈아입었지. 저 사람들은 아직 집에도 못 갔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조금 여유가 생겼고, 라디오를 틀고, 흘러나오는 팝을 들으며 저녁을 준비했다. 그런데 첫째가 리듬에 맞춰 내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갑자기 둘째까지 가세해 춤을 추었다. 결국 나까지 춤판이 벌어지면서 피곤한 저녁이 유쾌한 저녁이 된 적이 있다. 그때 거실과 안방과 화장실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지만, 그때 알았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도 받아들여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특히나 워킹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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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때는 늘 반짝반짝 깔끔한 집안을 유지했다. 첫째 이유식을 만들 때는 멸치와 양파, 무를 넣고 정성스럽게 우려낸 육수에 온갖 재료를 정량대로 딱 맞게 넣을 정도였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회사에 복직한 후, 수시로 우는 둘째와 "안아줘", "닦아줘" 보채는 첫째 사이에서 나는 각 잡힌 집과 정성스러운 요리를 포기했다. 너무 지쳐 배달음식으로 버틸 때도 있었다. 그런 날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계속되자 아이들이 자꾸 아팠다.

하루는 영 밥을 먹지 않는 둘째를 위해 손을 걷어붙이고 황태국을 끓였는데, 그날은 밥 한 그릇과 국 그릇까지 뚝딱 다 먹는 것이었다. 아이의 환한 얼굴을 보며 깨달았다. 나는 생각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지만, 최소한은 있어야 하는 거구나. 매일 정성스럽게는 못 해도, 아예 안 하는 것과는 다르구나. 그때부터 나의 최소한은 '국 끓이기'가 되었다. 황태국, 소고기뭇국, 된장국, 계란국, 어묵국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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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완벽하진 않다.
며칠 전에는 바쁘게 저녁을 하다 국 간을 보지 않은 걸 깜빡했다. 아니나 다를까 첫째가 "맛이 없어. 엄마가 해주는 밥보다 유치원 밥이 더 맛있어" 라며 두 번 연속으로 공격을 날렸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나를 감싸며 큰 소리를 냈다. "너 네가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잘 못한다고 누가 그러면 기분 좋아, 안 좋아? 엄마도 엄마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 거야!" '나름대로?' 그만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맞다. 나는 여전히 종종 밍밍한 국을 먹이고, 세탁기 돌리느라 한눈판 사이에 타버린 고기의 탄 부분을 도려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서 덜 아픈 아이들을 보면 안심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비법을 소개하자면, 웬만한 국 요리는 '참치액젓'만 있으면 해결된다. 뭔가 심심하다 싶으면 마지막에 한 숟가락 넣는 게 작은 비법이다.

완벽한 집안, 완벽한 요리는 포기했다. 하지만 아예 손 놓지는 않기로 했다. 간이 밍밍해도, 가끔 타도, 그래도 국 한 그릇은 끓이는 것. 그게 일하는 엄마인 내가 찾은 균형점이다. 오늘도 국을 끓인다. 비록 마지막엔 조미료가 좀 들어가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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