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에세이 Chapter.9
정말 여자의 적은 여자일까. 아니,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여자는 여자의 아군이다. 특히나 일하는 엄마들은.
한참 회사 일이 바빴던 어느 날, 두 아이가 연달아 장염에 걸렸다. 밤새 토하는 아이들을 돌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이불과 수건 빨래를 돌렸다. 전염성 장염이라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어 결국 며칠 회사에 '돌봄 휴가'를 내고 아이들을 간호했다. 며칠 후, 다시 출근한 날, 아이들은 괜찮아졌지만 이제는 내가 아팠다. 하지만 오래 자리를 비운 터라 더 이상 휴가를 쓰기도 어려웠다. 으슬으슬한 몸을 감싸며 점심시간마다 주차장 차로 내려가 쪽잠을 자고 다시 사무실로 올라가 간신히 하루를 버티곤 했다.
그렇게 며칠 보내다 보니 회사 주차장에 내 차를 등록하는 걸 깜빡했다. 다둥이 카드 혜택으로 월 5만 5천 원에 정기 주차하던 나는, 이틀 연속 1일 주차비 1만 5천 원씩을 결제했다. 결국 3만 원을 날리고 나서야 주차 관리실을 찾았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주차 관리실 직원분이 안타깝다는 듯 물었다. 나는 한껏 내려온 다크서클을 의식하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게요. 애들 키우면서 회사 다니려니까…" "에휴."
그 여성분은 짧게 한숨을 쉬며 내 카드를 단말기에 긁었다.
그렇게 결제를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그분이 급히 따라 나와 나를 불렀다. "저, 저기요! 그냥 2만 5천 원만 주셔도 될 것 같아요. 제가 처리해드릴게요. "놀라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분은 방금 결제한 5만 5천 원을 취소하고, 이틀간의 1일 주차비를 정기권 요금에 포함시켜 남은 금액 2만 5천 원만 받았다. 황송해하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자 그분이 말했다. "얼마나 정신이 없으시겠어요." 넉넉해 보이는 그분의 눈빛과 다 안다는 듯한 그분의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아마 저분도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해보셨으리라.
그래서 나를 이해하셨으리라.'
또 한 번은 아이가 유난스럽게 떼를 쓰며 어린이집에 들어간 날이었다. 불편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앉았는데 '딩동' 하며 키즈노트 알람이 울렸다. 조금 전 등원길에 맺혔던 눈물이 아직 눈가에 달린 채로, 선생님이 주신 사과를 포크에 찍어 웃으며 먹고 있는 아이의 사진. 그 밑에는 선생님의 짧은 응원이 적혀 있었다. "돈 워리, 비 해피"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어린이집 선생님은, 우는 아이를 보내고 불편할 내 마음을 알고 계셨다. 그렇게 워킹맘의 마음을 또 다른 워킹맘이 위로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어린 아이를 돌보며 일하는 동료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졸업식, 입학식, 아이 학교 발표 때문에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무조건 돕는다. 고맙다는 말을 연신하는 동료에게 나는 말한다. "같은 워킹맘끼리 돕고 살아야죠." 여자는 여자의 적이 아니다. 일하는 엄마의 심정은 일하는 엄마들만이 안다. 우리는 서로의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 이해가 작은 배려가 되고, 그 배려가 모여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곁에는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러니 우리 서로 돕고 살면 어떨까.
작은 이해와 배려로 함께 버텨내면 어떨까.
그렇게 우리는 함께 더 단단해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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