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설립을 둘러싸고 갈등하고 있는 한양대를 찾은 때는 2018년 1월 4일, 콧등이 시린 날이었다.
한양대 측에서 학생 19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6기숙사와 7기숙사를 짓는 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했는데 근처 임대업자 등이 ‘한양대 기숙사 반대 대책위원회’를 꾸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임대업자 측은 서울 시청 앞에서 현수막을 들며 반발하며 “여기 온 사람들이 거의 노인인데 오죽하면 왔겠냐”, “빚져 가면서 방을 만들었는데, 학교에서 기숙사를 지어서 노인들 푼돈을 뺏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기숙사 신축 허가를 요구하며 시위중인 한양대 학생들. 사진=뉴시스)
그런데 과연 대학생들이 내는 방세가 노인들 푼돈일까?
가장 먼저 만난 학생은 당시 한양대 총학생회장이었다.
한눈에 봐도 똑 부러지는 그런데 정말 피곤해 보이는 여학생이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나를 학생회관 내부 어느 회의실로 안내했는데 허술한 조명 아래 난로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뭔가 휑했다. ‘여전히 캠퍼스에서 가장 가난한 건물은 학생회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생회장은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어른들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학생회장 역시 누우면 발이 문에 닿는 작은 방에서 자취하고 있었다. 추석 연휴 때에도 월세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몇 군데를 뛰었는데 어느 날 너무 피곤해 지하철역에서 잠시 눈을 붙이며 내가 왜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눈물이 났다고 한다. 엄마가 서울에 올라왔는데 방을 보시면 속상하실까 봐 학교 근처에서 만나고 내려가시게 했다며 울컥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가야 해서 서둘러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대학가 월세방. 사진=MBC 'PD수첩')
학생회장에 이어 한양대 2학년 남학생을 다시 인터뷰했다. 본가는 서울이지만 왕복 1시간 40분 거리라 자취를 하는 남학생은 월 60만 원 월세방을 친구와 함께 쓰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추워서 어느 날 온도계를 사서 방 온도를 쟀다고 한다. 아무리 보일러를 올려도 평균 방 온도는 10~12도. 집에서도 외투를 벗지 못하고, 설상가상으로 물이 새서 다시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왜 그런 집을 골랐느냐고 했더니 다른 집은 너무 비싸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말하기 전에 노후화된 집부터 수리하셔라’라고 말했다.
두 학생 외에도 2년째 기숙사를 떨어지고 부담이 되지만 안전때문에 고시텔에 사는 여학생, 자취하는 복학생, 고시준비를 하는 하숙생 등 캠퍼스 여러 학생을 인터뷰했다. 누구 할 것 없이 기숙사 신축 반대를 하는 지역주민들에 대해 싸늘한 입장이었다.
실제로 한양대 인근 사근동, 마장동, 행당동 일대 주거비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60만원 수준으로 한 학기 72만원인 기숙사 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거기에 낡은 건물을 개조하고, 무리하게 방 개수를 늘리다 보니 춥고 좁은 방도 많다는 게 학생들 목소리였다.
(대학가 월세, 하숙 전단지를 보고 있는 대학생들)
사실 나도 자취를 했었다. 언니와 함께 학교 옆 언덕 마을버스 종점 부근 집에 살았다. 학교 부근 월세방은 언덕 위로 올라갈수록 또 외질수록 보증금이 낮았다. 그때 가로등 불빛이 옅은 골목을 지날 때쯤이면 무서워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양말을 벗을 수 없을 정도로 한기가 돌고, 골목이 무서웠던 집. 화장실 냄새가 심해지던 집까지. 대학가 부근의 열악한 거주환경은 나도 익히 경험했던 바다. 그런데 어렵게 돈을 부쳐주는 엄마에게 미안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살았다. 그래서 대학교 때를 기억하면 아늑하고 따뜻한 기억보다 냉랭했던 기억이 많다.
2018년 12월. 여전히 한양대를 비롯한 대학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갈등은 곳곳에서 해결되고 있지 않다.
어른들의 생존권일까? 아니면 이기일까?
대학은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청년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처음 경험하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의 첫 사회 경험이 너무 추운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