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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꼬르륵 Oct 29. 2022

며느리가 연락이 없으면 아들하고 싸웠나 보다 하세요

연락 안 되는 며느리 오해하지 마세요

신기하다.  

집안 행사와 어머니의 연락은 내가 남편과 냉기류가 흐를 때 꼭 오곤 한다. 지나고 보면 뭐 때문에 싸웠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꼭 남편과 냉전을 치를 때 있었던 어머님의 연락과 집안 행사는 기억이 난다. 이를테면 시부모님의 생신, 우리 부모님의 생신. 또는 갑작스러운 어머님의 전화. 대체로 그 전화는 안부전화인데. 그 전화의 주제는 가족들이 다 같이 뭔가를 조율해야 하는 행사가 있다. 심지어 여름휴가, 겨울 휴가가 언제인지 혹시 그 휴가를 보내는 구성원 안에 시부모님도 계신지 등을 확인하고 싶으실 때였다.


그럴 때면 안 그래도 남편이 미운데 시부모님까지 함께 모시고 그 앞에서 아무 일 없는 양 웃어야 된다는 현실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 생각을 하면 미간에 힘을 주게 되고, 어느 날은 거울 앞에 섰는데 미간 사이에 주름 자국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스트레스는 1+1=2가 아니라 1+1=4 가 되는 경우가 있기에 남편과 싸웠을 때 시댁에서 오는 연락은 꼭 목에 걸린 떡 같다.


언제였던가. 그래서 나는 어머님의 부재중 전화를 애써 모른 척했다. 그랬더니 몇 시간 후 어머님께서 카톡을 보내셨다. '시장에서 니들이 필요할 것 같아서 뭘 사려고 했는데 네가 통화가 안돼서 그냥 내가 이걸로 샀다' 하시면서 보내신 메시지에는 어느 날은 '쌀 보관함'사진이 있기도 했고, '에어 프라이기'사진이 있기도 했다.


그러면 나는 죄책감과 동시에 감사 전화를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뒤섞여 다시 경증 스트레스에 시달리곤 했다. 신혼초에는 그런 시기에 어머님께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연락을 받고 남편을 보며 억울해하기도 하고, 괜히 혼자 손해 본냥 화도 났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냥 어머님께 지금은 연락을 받을 수가 없어서 메시지로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린다.


그리고 내 마음이 괜찮아질 때 연락드린다. 그 기간이 하루나 이틀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일주일이 되기도 한다. 이기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마음의 평화부터 챙기기로 했다. 그리고 너무 길어지면 남편 통해 최소한의 안부는 전하게끔 한다. 그리고 어머님의 안부를 챙겨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의 여유가 생겼을 때 연락을 한다. 어머님도 뭔가 느끼셨는지 이제는 나와 연락이 안 되면 남편에게  전달해달라고만 하시고 따로 내게 연락을 더 하시진 않는다.


너무 애쓰지 마시라.


어쩌면 그게 가장 편한 고부관계가 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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