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 엄마는 싸움꾼이 된다
프로참견러 엄마가 어린이집 운영위원장이 된 사연
어린이집 선생님의 인권과
아이가 걱정되는 엄마의 마음이 부딪히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어린이집 CCTV를 두고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 우리 어린이집 안 가고 놀러 가?”
어제도 딸이 내게 물었다. 밤이 되면 딸은 꼭 내게 내일은 어린이집을 가는 날인지 아닌지 확인을 한다. 설거지하는 내가 문득 내일이 주말인 것을 떠올려서
“응~”
하면 저 멀리서 내게 뛰어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다시 묻는다.
“응이 아니고, 엄마. 어린이집 안 가고 놀러 가냐고”
내가 그제야 딸의 얼굴을 보고
“응. 내일 어린이집 안 가고 놀러 가. 우리 수영 갈 거야. 수영”
또박또박 말하자, 첫째는
“와, 신난다”
외치며 토끼처럼 팔짝팔짝 뛰어서 거실에 있는 동생 곁으로 간다.
하루라도 엄마 아빠와 놀고 싶어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보며 처음에는 별별 생각을 다 했다. 아이가 통곡하며 어린이집에 들어간 날이면 상상의 나래는 더 커졌다. 다치기라도 하면 그날 밤은 더 괴로웠다. 그러다 결국 어린이집 CCTV를 본 적도 있다.
어린이집 CCTV는 볼 수 있을 때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전에 별도의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열람 시간을 따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모든 선생님께 소문이 난다. 그러다 보니 괜히 선생님 심기를 건드려봐야 좋지 않겠다 싶어 많은 엄마가 중도 포기한다.
그런데 나는 결국 CCTV를 봤다. 3일 연속 다친 아이들이 어떻게 하다 다친 건지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엄마로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원에서 CCTV를 보겠다는 분은 처음이라….”
결국, 내가 신청서를 작성해 내밀자 당황하던 원장 선생님의 반응이 생각이 난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3일 연속 다쳐서 돌아왔다. 처음엔 첫째가 기저귀를 오래 못 갈았는지 엉덩이에 빨갛게 발진이 났다. 그래서 물만 닿아도 아파했다. 그리고 다음 날은 무릎이 다쳐 왔다. 둘째 날까지는 첫째가 피부가 약하기도 하고, 놀다 넘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애써 넘겼다.
그런데 그다음 날 또, 이번에는 첫째가 입술 옆에 멍이 들었다. 볼까지 퉁퉁 부어 있었고, 키즈노트에도, 나에게도 어떤 연락이 없었다. 다만 하원할 때 보조 선생님이
“아까 선생님 말씀으로는 놀다가 부딪혀서 다쳤다고 했는데요….”
어딘가 어설픈 설명이었다. 나는 화가 났다. 거기다 둘째까지 팔의 상처가 나 있었다. 세로로 길게 뭔가에 긁힌 듯했다.
원장 선생님은 나의 신청서를 받고 미리 영상을 확인한 듯했다. 면담일, 해당 사건이 있던 장면이라며 바로 영상을 트셨다.
영상 속에는 첫째와 둘째가 한 방에서 놀고 있었다. 어린 아기를 등에 업고 달래고 있는 선생님도 보였다. 그러다 우리 첫째가 둘째를 툭 치고 도망갔다. 그러자 둘째가 첫째를 쫓아가면서 두 아이는 술래잡기를 하듯 방 안을 빙글빙글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바닥에 있는 장난감에 발이 걸린 첫째가 넘어졌고, 하필 테이블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히며 넘어졌다. 볼에 상처는 아마도 그때 난 듯 보였다. 등에 아기를 업고 있던 선생님이 첫째에게 급히 다가가서 달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도 힘들어 보였다.
“아이들끼리 놀다가 다친 거더라고요”
원장 선생님은 어린이집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시는 듯했다. 그런데 내 눈에는 좀 다르게 보였다.
일단 교실이 너무 좁았다. 우리 아이들은 0세가 아니다. 그런데 갓난아이들이 낮에 생활하는 0세 반 교실에서 어린이집은 4시부터 7시 반까지 2시간 반 동안 연장 보육을 하고 있었다.
둘째, 책상이 사각이었고, 모서리 보호 처리가 돼 있지 않았다. 사실 그 책상은 내가 처음 어린이집 적응 기간에 아이를 데리고 갔을 때부터 선생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는 책상이었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 교실에 있던 들어간 나는 내내 그 책상이 마음에 걸렸다.
“저. 선생님 저 책상은 아이들이 놀다가 다칠 수도 있어서 둥근 모양이면 좋을 것 같은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라고 조심스럽게 말하자 당시 선생님도 맞장구를 치며 회의 시간에 건의해 보겠다고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직 저 책상이 저러고 있네….’
나는 원장님께 이참에 연장 보육 교실을 바꾸시면 어떠냐고 여쭤봤다. 그러자 원장 선생님은 선생님들의 이동 거리, 청소, 냉방비 등을 들어 난색을 보였다. 원장 선생님의 반응에 나는 이번에 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린이집을 옮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원장 선생님, 연장 보육시간도 당연히 중요한 보육시간이고, 저 좁은 교실에 0세가 아닌 아이들이 저렇게 있는 건 문제가 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상황에서 원장 선생님께서 어린이집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게 화가 납니다”
그러자 원장 선생님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미 나는 아쉬움 없이 말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원장님, 저는 저 교실에서 앞으로도 안전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 책상은 제가 지난번에도 위험할 것 같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전달을 못 받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원장님은 0세 반 아이들 반에 저 사각 책상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안 드십니까?”
“...”
원장님은 잠시 고민을 하시는 듯했다.
“그리고 저는 엄연히 연장보육료를 냅니다. 연장 보육시간도 법적으로 인정받는 보육시간인데 보육의 질을 생각하셔야죠. 왜 난방비, 냉방비, 청소를 들어 안된다고 하시나요? 아이가 다쳤을 때 처리방식도 문젭니다. 아이가 저 정도로 다쳤으면 키즈노트에 알려주시든지 저한테라도 연락을 주시든지 해서 알려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래야 일찍 하원을 시키든지 병원 데려가든지 하죠. “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던 원장님이 잠시 후 입을 뗐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네요. “
하지만 ‘글쎄…’. 나는 내 누그러진 내 감정보다 이 어린이집에 계속 우리 아이들을 보내도 되는지가 중요했다.
”네…. 그리고 저희 둘째도 어제 다쳤는데 아무 설명을 못 들었습니다. 이제 둘째 영상도 보고 싶은데요 “
원장님은 둘째 이야기는 모르고 계셨는지 당황하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원장실에 발을 들여놨고, 전날 영상을 다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날 간식 시간, 둘째가 죽 간식을 먹지 않고 교실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보조 선생님이 숟가락을 들고 둘째를 따라다니며 먹이고 있었다. 그러자 아이가 고개를 저으며 도망갔다. 그러자 선생님이 둘째의 팔을 잡아당기며 입에 숟가락을 가지고 갔다. 그때 둘째가 주저앉아 팔이 아픈 듯 만지기 시작했다. 긁힌 것이다. 둘째 팔에 세로로 길게 난 상처는 선생님의 손톱에 긁힌 상처였다. 그 후, 선생님이 놀라 아이를 안고 달래고 약을 바르는 모습이 보였다.
나와 원장님 둘 다 잠시 말이 없었다.
”선생님도 잘 먹이려다 보니까…. 최선을 다해서 조처하셨고…. “
고민하던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그런데 애가 저렇게까지 거부를 하면 안 먹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이미 예민해져 있었다. 원장님은 요즘 둘째가 너무 안 먹는다고 내가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선생님도 무리한 것 같다고 답답한 듯 말씀하셨다.
”.... “
솔직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단 한 가지. 내가 본 상황을 남편에게 공유하고 남편의 의견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일단 1. 연장 보육 교실을 더 넓은 옆 교실을 써주시길, 2. 사각 책상을 교체해 주시거나 폐기해 주시길, 3.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억지로 먹이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리고 면담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생각을 좀 하고 싶어서 근처 공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회사에는 오전 연차를 낸 상태였다.
나무와 햇빛이 내 마음을 고요하게 했다.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옮기면서 요즘 도통 잘 먹지 않는 둘째를 따라다니며 싫다는 데도 권했던 나의 모습, 작은 방에 문이 떨어져 ‘못’이 튀어나와 있는 책상 서랍이 떠올랐다. 나 역시 둘째가 그 앞에서 노는 모습을 보고 ‘저 못을 빼내야지….’했다가 아직도 못 빼낸 것도….
우리 집도 완벽한 육아 환경이 아니고, 나 역시 완벽하게 육아를 하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완벽할 순 없다고 그저 이해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어린이집도 나도 개선하고,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날 저녁, 나와 남편은 우리의 요청이 어린이집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일단 더 지켜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후 어린이집은 연장 보육 교실을 더 큰 교실로 옮겼다.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연장 보육시간에 남은 모든 아이는 이제 어린이집에서 가장 큰 교실에서 뛰어놀며 엄마·아빠를 기다린다.
그리고 둥근 책상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쳤을 때는 사진을 찍어 키즈노트 앱에 실시간으로 올려 공유하는 매뉴얼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그 후에도 몇 차례 아이들과 관련한 요청에 어린이집은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나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이들에게 음악과 악기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는 내 제안에 음악 특별활동도 개설됐다.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아가들도 재밌게 참여하는 동영상과 사진을 종종 보곤 한다. 또, 한 번은 코로나로 부모 상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셔서 ‘줌(ZOOM)’ 상담을 제안했다.
어린이집으로서는 내가 참 피곤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운영위원장을 하게 된 건 내 의지가 아니라 원장님의 제안이었기에 이유가 있으실 거라 생각한다.
막상 운영위원장을 맡고 보니 미처 알지 못했던 어린이집 운영의 세계가 보였다. TV에서 보는 어린이집 사건 사고와 달리 묵묵하게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있었다. 다음날 아이들과 가지고 놀 놀잇감을 만들기 위해 두 시간을 준비하는 선생님, 아이들 기질에 따라 다르게 말하는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요청은 수용하고, 개선하는 선생님도 있었다. 나도 아이에게 동전을 쥐어서 보냈다가
”어머니, 동전은 아이가 가지고 놀다가 삼킬 수 있으므로 안 주시는 게 좋아요. “
따끔한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러면 나도 수용하고 조심한다. 엄마라고 해서 다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건설적인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러니 아이의 어린이집 CCTV를 보고 싶은데 고민을 하는 엄마가 있으시다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린이집과 치열하게 대화해 봤으면 좋겠다. 불안을 느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이유가 뭐든 최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