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꼬르륵 Dec 01. 2021

워킹맘, 시간에 쫓겨서 의식의 흐름대로 글쓰기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내 인생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까?'


어제 아침에 문득 든 생각이다. 그리고 어젯밤 5시에 퇴근해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서 어머니와 둘째, 첫째를 보면서 불현듯  생각이었다.


'내 인생에도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까?'


대학을 다닐 때에는 그리고 대학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할 때에는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해서 쟁취하는 시기였다. 힘들긴 했지만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면 자격증을 땄고, 지식이 늘었다. 어딘가를 지원하고 합격을 하면 그만큼 나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쏟아부을 시간과 노력이 안 나온다.


아침 9시 반까지 아이를 등원시키고 회사로 가면 '일과 가정 양립' 제도 신청으로 2시간 준 근무시간 내 평균 9시간 동안 해내야 하는 일을 마쳐야 한다. 함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부장님의 배려로 근무시간이 조정됐지만 대신 그 고마움을 성과로 보여야 한다. 오후 5시까지 생방송 녹음 방송 제작을 마치면 다시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다행히 아이는 해맑은 얼굴로 나를 맞는다. 안쓰러움 반 고마움 반으로 아이를 안고 집에 도착하면 6시쯤이다. 그때부터 어머님과 저녁을 먹고 다시 공동육아가 시작된다.


하루 종일 엄마와 떨어져 있던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의 갈증을 채워주다 보면 어느새 8시 반. 남편이 퇴근해 돌아온다. 남편도 저녁을 먹고 이제 아이들을 목욕시킨다. 시간은 어느덧 9시 반이 된다.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잠을 자자고 이야기하며 분유도 먹이고, 우유도 먹이다가 다시 깨서 노는 아이들과 놀다 눕다를 반복하다 어제는 결국 12시에 잤다. 그리고 이런저런 회사 생활, 가정의 대소사를 불 꺼진 방에서 잠든 첫째 아이를 바라보며 의논하다 보면 어느 때는 1시에 잠을 잔다. 그리고 다시 아침 8시경부터 출근과 첫째 등원 준비가 시작된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하지만 지난밤 아이들과 몸으로 논 뒤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진 않다.


그런 일상을 살다 보니 생각한 것이다.


'내 인생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까?'


그래서 이 아침에 대답을 찾지 못한 그 질문에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내 마음을 글로 옮긴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니 한 장면이 생각난다.


어제 아침 첫째 아이를 차에 태우고 운전해서 어린이집으로 향하는데 비가 내렸다. 21개월 차 아이에게 그랬다.

"온유야~비가 내리네. 하늘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비라고 하는 거야~비!"

그랬더니 제법 이런저런 단어를 배우고 말하는 딸이

"비, 비? 비"

계속 따라 했다. 저녁에 잠들기 전 첫째가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가지고 방으로 오더니 엎드려서 흰 종이에 선을 툭툭 그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비!"


'와....'


아침에 본 비를 그렸구나. 기억했구나. 정말 놀랐다.


렇게 내가 자라지 않는 것 같아도 아이가 자라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나가야 하는 것일까?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하기에는 나는 일에도 시간을 꽤 투자한다.

시간은 들이는데 성장이 없다는 건 아쉽다.


결국 다시 "일과 가정 양립 시간"을 쓰지만 근무시간 내 경험을  더 쌓으며 성장해보자고, 아침에 이렇게 글이라도 더 남겨보자고 생각해본다. 다짐까지는 부담스럽고 생각.


이제 자는 아이를 깨워서 등원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전 02화 엄마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