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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나 Aug 12. 2020

시험

짝짓기 놀이 

“오늘 유치원에서 뭐 하고 놀았어?”

선생님이 ‘몇 명’하고 말하면 친구들이 그 수에 맞게 모이는 놀이를 했다고 한다. 일명 짝짓기 놀이. 엄마도 어릴 때 한 적 있다며 아이에게 함께 해보자 했다. 말이 끝나가 무섭게 외쳤다. 

“두 명”

아이가 나에게 와락 안긴다. 

이번에는 음... 음....

“세 명”

아이가 당혹해한다. 방엔 아이와 나, 단 둘만 있었기 때문이다. 

“방에 있는 인형 갖고 오면 되잖아.”

아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새, 토끼, 양 인형을 갖고 왔고 놀이를 계속했다.  

나는 “두 명”이라 외치며 얼른 양 인형을 내 품에 안았다. 아이는 토끼 인형을 품에 안으려다 망설인다. 남겨진 새 인형이 맘에 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엔 새 인형만을 안으려다 망설인다. 남겨질 토끼 인형이 다시 맘에 걸리는가 보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마치 심리학자라도 된 듯 아이의 마음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네 명” 

나는 냉큼 인형 셋을 내 품에 안았다. 혼자 남겨진 아이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먼저 세 개를 품지 않으면 너 홀로 남겨지는 상황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말로는 설명하지 않았다. 입 밖으로 내뱉기에는 전혀 교육적이지도 않고 잔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서. 

“두 명”

아이는 인형 두 개를 내 품에 먼저 던져주더니 자신은 하나의 인형만을 품에 안는다.  부담스러운 상황을 나에게 떠넘긴 것이다.  순간 당황했다. 난 어떻게 할까? 인형 하나를 살짝 내려놓고 나머지 인형과 짝이 되어야 할까? 인형끼리 짝을 짓게 하고 나 혼자 있어야 하나? 난 인형 하나를 아이의 시선에서 잘 안 보이는 곳에 내려놓고 나머지 한 개의 인형을 품에 안았다. 아이는 내가 숨겼던 인형을 슬며시 쳐다보고 웃으며 나에게 묻는다. 

“왜 이렇게 숨겨놓는 거예요? 미안해서요?”

웃음이 나왔다. 머쓱했다. 난 아이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실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는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엄마로서의 내 맘이 편해질까? 

잠시 아이의 마음을 시험하려다 내가 큰 시험을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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