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냥나 Dec 03. 2020

 <수치심 권하는 사회>를 읽고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00이가 아침 조회시간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막내딸 등원준비하면서  받은 담임선생님 문자에 화가 났다. 방금 전 아들방에서  온라인 수업에 출석체크하라고 깨웠는데 조회불참이라니....... 중 3아들은 11월 초 기말고사가 끝났다. 다시 말해 긴장이 풀릴대로 풀린 상태이다. 시험 후 학교 등교수업 기간에도 한 두 번 지각을 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던 상황이였다. 아들방으로 갔다. 아들은 그제서야 로그인을 하려했고 이미 시간이 지난 뒤라 오늘 출석체크는 물건너갔다. 아들, 그리고 나에게도 화가 났다. 스스로 일어나 출석체크도 못하는 아들, 아들 출첵하나 챙기지 못하는 엄마. 이상황에서 나의 느낌은 무엇일까? 자식을 잘 챙기지 못하는 엄마로 비치는 수치심일까? 아니면 아들을 확실히 깨우지 못한 나의 행동에 대한 후회일까?



브레네 브라운은  수치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 수치심은 감정이다. 어떤 경험을 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관한 문제다. 수치심을 느끼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깨닫지 못한다. 도와줄 사람 하나 없이 자기 하나 뿐이고, 자신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자신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수치심은 '존재'의 문제이지만 죄책감은 '행동'의 문제다. 죄책감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긍정적인 동기인 반면 수치심은 더 나쁜 행동을 부추기거나 아예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수치심이 어떤 감정인지, 어떤 상황에서 수치심을 쉽게 느끼는지, 어떤 영향으로 우리가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지 등 현대인이 겪는 감정의 근원과 그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온 심리전문가이다.  SNS에서 알게되어 읽은 책이다. 결혼 후  남편과의 갈등, 육아의 힘든 상황에서 심리학관련 책은 나에게 때로는 위안을 주었고, 가끔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늘 자신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실마리가 보인다는 점에서 심리학은 날 이해하는데 좋은 도구였다.  


 그녀는 수치심 연구를 유대감의 힘과 단절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단절은 수치심, 두려움, 비난의 원인이며 동시에 결과라 했다. 단절은 분리, 타인비판, 비난, 분노, 전형화, 꼬리표 붙이기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런 것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단절의 형태가 바로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단절'이라했다.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냐에 영향을 받다보면 "진짜 나"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날 어떤 엄마로 생각할까?', '아들에게 난 어떤 엄마인가?', '엄마라면 이래야한다' 이런 것들에 압도되어 잔뜩 긴장하게 되면 난 쉽게 수치심을 느끼고 "진짜 나"다운 모습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브레네 브라운은 수치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공감이며, 유대감의 힘을 강조했다. 나도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친구들이 있다. 작년 5월 도서관 수업에서 만난 엄마들이다. 그들을 통해 우린 '단절'을 경험할 기회를 줄이고 있다. 엄마로서 느끼는 무게감, 압박감, 외로움을 글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글을 통해 공감을 받고 서로에게 힘을 주고 있다. 그런 나의 경험 덕분이지 이 책의 내용은 나에게 꽤 설득력있다.   


작가는 수치심을 연구하게 된 계기를 책 서두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수치스럽게 하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다'

 이 한 문장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읽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육아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더 나아가 나와의 관계에서도 수치심으로는 행동의 변화가 올 수 없음을 마음에 새겨본다.


<2020-41> 수치심 권하는 사회, 브레네 브라운 지음, 서현정 옮김, 가나출판사, 2019.   

작가의 이전글 사랑초는 사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