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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나 Dec 06. 2020

아들이 주식을 한다면?

 

 원할 때마다 낚시 다니며 영월에서 낚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둘째 아들. 하지만 현실은 서울에서 태어나 남들처럼 학원 다니느라 바쁜 아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다. 연년생 형과 둘이서 낚시게임에 호기심을 보이더니 현실에서도 낚시를 하고 싶어 했다. 모든 장비를 준비해주는 낚시터를 시작으로 아이들의 낚시 경력은 시작되었다. 낚시 경험 1도 없는 부모는 아이들이 원하는 장소, 장비를 지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낚시 관련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며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했다.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웬만한 낚시 프로들을 다 알고 있다. 낚시할 때면 남다른 집중력을 보이는 둘째 아들은 꽝이 없다. 물고기가 있다면 꼭 잡아낸다. 그리고 다시 놓아준다. 캐치 앤 릴리즈가 원칙이다. 


 영월에서 낚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아들의 꿈이 엄마로서 싫지 않다. 다만 낚시점을 차려줄 경제적 지원을 할 수는 없다고 미리 말해 두었다. 아들은 한 때 이름 있는 대학을 가보겠다고 열심히 공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하며 중3 아들은 학교를 못 가고 공부에 대한 열정도 서서히 식었다. 미술과 음악이 재능이라면 공부도 재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본 아들은 낚시에 열정과 재능이 있다. 공부에는 가끔씩 생기는 열정이 있고, 재능을 타고나지는 않았다. 


 2020년 중고생들은 집에서 어떤 모습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온라인 조회에 참석하여 출석 체크를 하고 시간 맞춰 책상에 앉아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을까? 일단 우리 집 중고생들은 그렇지 않다. 아침마다 조회 참석하라 분단위로 깨워야 하고 수업 들었냐고 물으면 알아서 듣는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실시간 수업은 시간 맞춰 참여하지만 업로드된 수업 영상은 우리 집 아이들에게 멀티 능력을 키울 뿐이다. 한마디로 1년 동안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알 수 없다. 아이 탓도, 학교 탓도 하고 싶지 않다. 


 아들이 몇 주 전부터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서 동영상을 시청한다. 학교 수업은 아닌 것 같고 슬쩍 쳐다보니 주식 동영상이다. 알아서 열심히 공부한다. 그리고 주.알.못(주식 알지 못하는 사람)인 나에게 소리 높여 설명한다. 그런데 이 녀석 눈이 반짝거린다. 세상의 모든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모의 주식과 함께 강의를 들으며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고 있다. 뭔가에 관심을 보이며 반짝거리는 눈빛을 가진 아들의 모습이 좋다. 아들은 몇 주 동안 주식 수업을 듣더니 지금 투자해놓고 자기 대학 졸업 시점에 가면 올라가 있을 거란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설득력 있다. 


아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 놓은 통장이 있다. 초등학교까지 열심히 모았고 중학생이 되니 쓰느라 바빠 더 이상 모이지 않는 아들의 통장엔 500만 원 내외의 돈이 모였다. 그 통장을 아들에게 이제 넘기려 한다. 아이가 평생을 모아 온 돈이라 아들도 신중하게 투자할 것이다. 10대가 공부만 하는 시기라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 품에 있을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라 하고 싶다. 내가 아들을 키우는 궁극적인 목표는 원하는 일을 하며 경제, 심리, 그리고 사회적으로 독립하여 즐겁게 살아가는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다. 아이가 주식 투자로 자립비용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월에서 낚시점을 운영하는 아들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그리고 홀가분해진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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