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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나 Dec 14. 2020

아들이 주식을 한다면? (2탄)

“십 대는(사실 십 대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렇지만) 오로지 경험을 통해서 자제력이라는 고통스러운 기술을 배운다.”                                                       -부모로 산다는 것(제니퍼 시니어) 중에서- 



두 아들 중 특히 둘째가 그렇다.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은 부모의 바람과는 다르게 늘 경험해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와 주먹다짐했던 일, 중학교 수련회 문제로 학생부 선생님에게 호출되었던 일 등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아이는 온몸으로 고통스럽게 배웠다. 물론 보호자인 나도 고통스러웠다. 이러한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잊지 않으려 했던 것이 자식에 대한 믿음이었다.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리라는 믿음. 


 오전에  둘째 아들과 집을 나섰다. 첫 번째 들른 곳은 동네 주민 센터다. 아이 이름으로 기본 증명서와 가족관계 증명서를 뗐다. 그리고 근처 하나은행으로 갔다. 아들이 아기였을 때 만든 예금 통장을 증권 연결계좌로 변경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제출 서류와 보호자의 신분증, 그리고 통장과 도장을 준비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나 혼자 해도 된다. 하지만 돈과 관계된 일이 얼마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시간을 써야 하는지 몸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경험해야 이해가 빠른 친구니까. 


신속하고 친절한 은행 직원 덕분에 예금 통장 인터넷 뱅킹 서비스 신청을 마쳤고, 키움 증권 연결계좌 변경까지 완료하였다. 한산한 은행 의자에 나란히 앉아 아이 휴대폰에서 영웅문(키움 증권 앱)을 열었다. 하나은행 계좌와 연결이 잘 되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제부터 난관이다. 주식 앱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엄마와 인증서가 뭔지도 모르는 사춘기 아들이 평화롭게 이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아들은 집에 가서 하자고 했지만 엄마는 잘 해결이 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 있는 은행에서 하고 가자 했다. 사실은 공공장소에서 해야 평화롭게 잘 끝날 것 같았다. 

먼저, 키움 증권 앱 회원으로 가입한다. 첫 번째 아이디와 비번이 필요하다. 은행 연결계좌 등록을 하려면 먼저 공동 인증서(공인인증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하는 짓은 똑같다)를 만들어야 했다. 공동 인증서를 만들기 위해 휴대폰으로 본인 인증을 거치고 최종 결제 과정이 남았다. 휴대폰, 신용카드, 계좌이체 세 가지 방법이 있다. 휴대폰 결제를 시도했다. 몇 개의 빈칸을 채우는 수고를 하고 나니 미성년자 폰이라 결제가 안 된다고 했다. 그다음 계좌이체를 하려고 하니 인증서가 있어야 한다. 이 무슨 지O이냐. 인증서를 구입하려는데 인증서가 있어야 하다니. 신용카드로 결제를 해야 하니 또 백신 프로그램을 깔아야 해서 몇 번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덤 앤 더머처럼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4,400원을 결제하였다. 이것 또한 아이가 배워야 하는 과정이라 인내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인증서 비번을 하나 더 만들어야 했다. 숫자, 영문자, 특수문자를 조합하여 복잡하게. 


마음을 가라앉히자. 차분히 다시 영웅문으로 들어가 연결계좌를 등록하려니 증거금률을 정하라고 했다. 

“이건 또 뭔 말이야?”

통장 잔고만으로 투자할 것이냐, 있는 현금만으로 우선 구매하고 추가 미수금을 갚을 것인가? 아들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나는 처음 듣는 용어라 아들에게 설명을 들었다. 증거금률을 설정하는데 필요한 것이 또 키움 증권 가상 계좌의 비밀번호다. 이쯤 되니 아이도 머리가 뜨거워진다. 무슨 아이디와 비번이 이렇게 많냐고? 

“원래 그런 거다. 아들아.”

이제 집으로 가자.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하나 은행의 계좌로부터 키움 증권의 가상 계좌로 돈을 이체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은행 인터넷 뱅킹을 들어가서 증권계좌로 직접 이체하는 방법과 영웅문에서 하나은행 계좌 돈을 갖고 오는 방법. 

아들에게 하나은행 인터넷뱅킹 로그인 방법을 우선 알려주었다. 또 아이디와 비번이 필요했다. 아이는 메모장에 적기 시작했다. PC에서 로그인하는 방법을 알려주려 하니 인증서(휴대폰->PC) 복사가 필요했다. 아들에게 설명하며 같이해보았다. 아이는 엄마가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그럴 마음이 없다. 

‘이것도 못 참으면 투자를 어떻게 하겠니?, 아들아.’ 

하나은행 인터넷 뱅킹은 사용법만 알려주고 하나은행 안전카드는 내가 보관하기로 했다. 예금 통장 이외에도 적금통장, 주택청약 통장도 있어 감독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 아들에게 설명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15년 동안 받은 용돈으로 만든 통장 중 일부만 아이에게 권한을 넘겨 준 것이다. 


마지막이다. 영웅문으로 다시 돌아가자. 하나 은행 통장에 있는 돈을 영웅문에서 입금시키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아들은 처음이니까 100만 원으로 시작하겠다고 했다. 드디어 아들의 주식 연결계좌를 만들어 주는 과정이 끝났다. 아이와 함께 경험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 오늘 하루 아들은 주식부자 대신 아이디와 비번 부자가 되었다. 아이디 2개, 비번 5개가 생겼다. 


아들은 영웅문으로 들어가서 경험하며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주식을 알지 못하니 엄마는 잔소리나 훈수를 둘 수도 없다. 차라리 잘 되었다. 그냥 아이를 믿고 또 기다려주면 된다. 돈을 잃었을 때 속 쓰린 경험도 할 것이며, 남들(엄마 제외) 이야기에 얼마나 잘 흔들리는 사람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과 한때 사춘기 아이였던 적이 있는 부모들은 각각 단순한 두 종류의 무력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것은 바로 경험 부족에서 기인하는 무력감과 경험에서 기인하는 무력감이다.” 

                                                                                       -부로로 산다는 것(제니퍼 시니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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