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하는 방법이 궁금한 당신에게-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주변에서 이렇게 물을 때면 저는 늘 ‘참기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참기름? 고소한 향기를 내는 참기름? 비빔밥 비벼 먹을 때 고추장, 깨소금과 함께 천상의 콜라보를 자랑하는 그 참기름? 향기가 너무 고소해 어렸을 때 병째 마셨다가 ‘향’과 ‘맛’은 다를 수도 있다는 배신감을 안겨준 그 참기름? 맞습니다. 그 참기름 이야기입니다.
웬 참기름 이야기?!
초등학교 때의 일이었어요. 배가 고픈데 집에 어머니가 안 계셨어요. 제가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라면이 전부였는데 그날 따라 밥이 먹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계란비빔밥을 해먹으려고 했는데, 계란은 찾기 쉬웠지만 참기름이 보이지 않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참기름이 없어!”
“없긴 왜 없어. 싱크대 오른쪽 두 번째 찬장에 있잖아.”
엄마의 말씀대로 참기름은 정확하게 그곳에 있었어요.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었죠.
제가 계란을 쉽게 꺼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계란은 냉장고를 열면 늘 보였기 때문입니다. 냉장실 가장 위 칸 내 눈높이에 딱 맞는 그곳에 항상 계란이 있었거든요. 하루에도 2~3번은 보았던 그곳에 1년 365일 계란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참기름이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뭘까요? 꺼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처럼, 누구에게나 계란처럼 잘 꺼낼 수 있는 말이 있고, 참기름처럼 꺼내 본 적이 없는 말이 있어요.
말을 잘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참기름에서 배우는 말하기의 3가지 구성요소
말하기의 구성요소는 세 가지입니다.
CLP라고 부르는데, C는 콘텐츠(contents), L은 언어(Language)이고, P는 전달능력(Performance)입니다. 셋은 각각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잘한다면 이 세 가지가 일정 수준을 넘는 상태입니다. 그럼, 각각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C(Contents)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에요.
이별 노래라면 ‘내가 헤어지고 나서 얼마나 슬픈지’가 콘텐츠일 수 있고, ‘네가 헤어지자고 한 것을 평생 후회하게 해줄 테다’가 콘텐츠일 수 있어요. ‘그러니 다시 돌아와’가 핵심일 수도 있죠. 즉, 말을 하려는 핵심내용이 콘텐츠입니다.
L(Language)은 그 내용을 전달하는 언어능력이에요.
어떤 사람은 이별 후의 슬픔을 시처럼 표현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쌍욕으로 표현할 수도 있어요. 셰익스피어는 사랑에 빠진 연인을 ‘맑은 여름날’에 비유했고, 퀸의 프레디 머큐리는 ‘엑스타시’라는 마약에 비유했어요. 같은 콘텐츠를 다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거죠.
P(Performance)는 전달력이에요.
똑같은 노래를 불렀는데 전달되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죠. 이는 두 사람의 전달능력에 차이가 있는 거예요. 누군가는 너무 긴장해서 첫 가사를 놓쳤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관객의 호응까지 이끌며 엄청난 박수까지 받게 되죠. “세이 호호~”
물론 CLP 셋 다 개발이 가능합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와 책을 통해 콘텐츠를 선정하고 기획하는 방법, 좀 더 효과적인 언어를 선택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긴장하지 않고 까먹지 않고 당당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키우는 팁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유시민 작가는 “세계 최고의 트레이너가 있어도 배에 임금 王자를 새기려면 본인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P(전달능력)에 대한 조언입니다. 결국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엄마처럼 눈 감고도 참기름이 어디 있는지 훤히 볼 수 있는 정도까지 말이죠.
‘연습하세요’가 이 글의 주제, ‘참기름 이야기’가 이 글의 뼈대인 핵심 콘텐츠(C)이고, 참기름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나의 말투나 단어 선택 등이 언어능력(L)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한다면 전달능력(P)이 필요합니다. 말과 글의 수많은 차이점 중 하나가 이 전달능력(P)의 유무인 것입니다. 글로 잘 쓴 내용도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할 땐 반드시 전달능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