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를 다짐했다. 글 쓰려고 퇴사한다고 여럿 앞에서 장담도 했다. 혼자 마음먹어선 안될 거라는 걸 알기에... (일하면서도 시간이 많았건만 핑계가 크다)
첫날은 일어나면서부터 무엇을 쓸까 생각했다. 서랍에 끄적였던 자취를 다시 읽어보며 무엇을 어떻게 고쳐 써야 하나 고민도 했다. 그렇게 하루 온종일 쓸거리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결국 쓰지 못했다. 아니 쓰긴 썼는데 너무 껄끄러워서 올릴 수 없었다. 밤늦도록 고민을 하다 노래를 듣고 글의 첫 문장을 바꿨더니 조금 숨이 쉬어졌다. 다음날 문장을 고치고 매일 글쓰기의 첫 글을 올렸다.
그리고 둘째 날 같은 셋째 날, 여전히 글은 써지지 않아서 남들의 도움을 받고자 도서관을 기웃거렸다. 짧게 쓸 수도 있겠다. 요령껏 짧게도 써봤다. 마침 물도 안 나오길래 잘 됐다 글감이다 하고 써 내려갔다. 짧은 글은 쉽게 쓰였다.
넷째 날, 생각하던 주제를 써 내려갔더니 어렵지 않았다. 글의 정확성을 위해 몇 가지 찾아보느라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글쓰기 자체는 쉬워졌다. 며칠새 말이다.
내 과거와 아이에 대해 적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게 됐다. 그런데 시작 시간이 점점 느려진다. 아침에서, 낮으로, 오후로. 그러다 보니 제 날에 못 올리고 다음날 몰아 올리게도 된다. 시간이 얼마 안 걸릴 거라는 안일함인지, 내 천성인지 자꾸 또 미루게 된다.
저녁을 먹다 목에 생선가시가 걸렸다. 이물감과 통증, 구역감으로 화장실에 가서 계속 뱉어냈다. 핏방울이 떨어지더니 한참만에 피 묻은 생선가시가 빠져나왔다.
생선가시가 목에 걸린 까닭은 입에서 발라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루 잘 씹었으면 입에서 검거했을 텐데 후루룩 먹어 삼킨 것이 탈이 났다.
글을 쓰려니 내 속에 이야깃거리가 충분치 않아서 급히 책을 다시 들춰보고 있다. 급히 먹어 삼키려다 보니 제대로 넘어가지 않고 자꾸 걸리고 탈이 난다. 제대로 소화되지도 않고 속을 자꾸 불편하게 한다. 책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책만 좋은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몸으로 경험하고 생각을 정제하면 책을 읽은 만큼 삶으로 체득하게 된다. 이 배움을 급히 얻으려고 애쓰니 불편함이 앞선다. 서두르면 안 하니만 못하다.
글쓰기를 미루게 되는 것은 생각이 덜 여물었다는 증표일 것이다. 아직 내 속에 언어들이 정리되지 않았다. 언어가 단정하면 어서 꺼내어달라 아우성일 텐데.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이라 했는데 생각이 부족한 탓이다.
글을 잘 쓰려면 일단 표현할 내면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은 평가를 겁내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했다. 실력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그런데 소통하지 않고 그저 쏟아내고 있진 않은가. 글은 읽는 사람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좋은 글은 읽는 이를 설득하고 공감하게 해 세상을 바꾼다. 이것이 글의 힘이고, 좋은 글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